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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요병|주정빈<주정빈 정형외과 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3개월 전 사업을 한다는 50대의 사람이 찾아왔다. 대뜸 좌골신경통으로 다리를 잘 못 쓰겠으니 치료를 해달라는 얘기였다. 사실 정형외과 병원이나 의원에는 이렇게 자신이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허리가 아프다는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다리만을 치료해 달라고 호소를 한다.
이런 환자들을 잘 진찰해보면 대부분 허리에 고장이 있게 마련이다. 진찰 후 허리가 아팠던 일은 없었는가고 물어보면 그때 가서야 허리가 아픈 일은 있었지만 그것은 옛날부터 아팠었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대답이 보통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좌골신경통이라는 병이 따로 있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머리가 아픈 것을 두통, 배가 아픈 것을 복통이라고 부르지만 두통이나 복통이라는 병은 있을 수 없고, 어떤 병의 증상으로 두통이나 복통이 나타나는 것이다.
좌골신경통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병이 있어 나타나는 증상일 뿐 그 자체가 독립된 병명은 아니다.
좌골신경통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허리의 고장으로 인해 나타난다. 이 증상을 일으키는 허리의 고장을 몇 가지 들어보면 주간연골탈출(디스크) 척추의 비후 성골관절염, 인대(힘줄)의 비후, 척추신경의 염증이나 종양(혹) 등이 있다.
좌골신경통이 올 때는 허리에서 허벅다리, 종아리 뒤와 바깥쪽을 따라 새끼발가락까지 땡 기고 뻗치는 듯한 아픔이 있고 저리기도 하다. 심할 때는 신경마비까지 나타나 이 부분 피부에 멍멍한 감각을 느끼게 되며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날이 궂거나 비오는 날, 또는 몸을 차게 다루면 더욱 심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 외로 우리 나라에서는 어깨가 아프다거나 옆구리가 뜨끔거리거나 팔다리가 아프면 으례 신경통이라고 둘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순수한 신경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이 만큼 희귀하고 대부분 다른 병이 있어서 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팔다리가 아플 때는 만성 골 관절염이 있거나 혹은 근육이나 힘줄 계통조직에 염증이 생겨 오는 것이 보통이며, 특히 40∼50세 이후에 오는 어깨 아픔은 힘줄 자체나, 힘줄을 덮고 있는 건초의 염증이나, 또는 어깨 관절부분에 있는 점액낭 이라는 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겨서 오는 것이 보통이다. 또 등이나 옆구리 등이 결리는 것은 대부분 결체직이라는 조직에 염증이 있을 때 나타난다.
앞에 설명한 모든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신경통」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런 증상이 있거나 소위 좌골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은 건조한 환경에서 몸을 덥게 다루고 안정을 취하며 과로를 피해야한다.
또 혼자서 막연히 신경통이라고 여겨 약을 사서 치료하지 말고 하루 속히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아 이러한「신경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 있는지를 찾아내어 거기에 상응하는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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