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미 사치품 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불황과 인플레 속에 다들 못살겠다고 난리지만 돈 많은 부자들과는 상관없는 모양이다. 부자들을 상대로 한 미국의 고급사치품 상점들은 여전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뉴욕이나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의 조그마한 고급상점 주인들은 남들의 불황타령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고객들의 관심은 질이나 회귀성이지 값은 문제가 안돼요-.』
백화점 앨 가면 바겐세일을 하는데도 싼 옷들이 안 팔리고 잔뜩 쌓여 있지만 고급의류점일수록 불황을 모른다.
돈 많은 자국고객들 뿐만 아니라 여행 오는 외국인 부자들도 애써 물어서 비싼 물건을 사러온다.
부자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코멘트는『당신이 입은 옷은 세계에서 유일한 디자인』이라는 것. 그래서 이들 고급 의류점에서는 유럽풍이 유행할 때는 일부러 아주 미국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번에 2백∼3백 달러하는 드레스는 잘 안 팔려도 수천 달러 짜리는 여전히 잘 팔린다. 몇 주일 전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한 고급의류 전시회에서의 대부분의 옷들이 3천∼4천 달러를 호가하는 신상품들이었지만 전시기간에 팔려 나간 매상은 무려 47만8천 달러에 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남미의 부호들도 단골 고객중의 하나다. 어느 공주가 사간 웨딩드레스는 무려 8천5백 달러 짜리였다.
이들 고급의류 상점들에 물건을 납품하는 메이커들도 절대 소량주의를 고수해 나가야 한다. 물건을 거래한다기보다는 부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개성적이고도 유별난 패션을 사고 파는 관계다.
고급상점들의 마진은 보통 8%선. 이렇게 팔아도 값이 워낙 비싸니까 연간 1백만∼5백만 달러에 달하는 매상을 올린다. 어느 가게의 여주인은『불황이요. 내 어머니가 1932년 뉴욕에서 구멍가게로 시작한 이후 불황을 걱정해본 일은 없어요-.』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