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철원 이어 파주 휴전선도 정찰 … 우리 측과 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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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10여 명이 19일 판문점에서 서쪽으로 약 6㎞ 떨어진 경기 파주 북방의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휴전선)에 접근하다 경고사격을 하던 우리 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전방지역에서의 남북 간 총격전은 지난 10일에 이어 9일 만이다. 우리 군의 피해는 없었으나 파주시 민간인통제선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임진각에서 열린 개성인삼축제장도 서둘러 폐회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쯤 북한군 10여 명이 MDL에서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오후 2시30분쯤부터 3시간에 걸쳐 수백m를 이동, 5시40분쯤 MDL 선상까지 다가왔다. 우리 군이 “MDL을 넘으면 정전협정 위반이며, 사격을 할 것”이라고 경고방송을 한 뒤 수차례 사격을 하자 북한군 초소(GP)에서도 기관총으로 우리 군 경계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이 가운데 2발이 우리 군 초소 콘크리트 벽에 맞았다. 우리 군이 기관총 수십 발로 대응사격을 하자 MDL에 접근했던 북한군은 오후 5시50분쯤 되돌아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MDL을 넘지는 않아 조준사격을 실시하진 않았다”며 “양측의 피해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MDL 접근은 연 이틀째 이뤄졌다. 전날 강원 철원 북방 지역에서도 북한군 10여 명이 분계선 부근까지 접근했다 7시간30분 동안 정찰활동을 한 뒤 돌아갔다.

 철원 지역에선 우리 측이 경고사격을 해도 북한 군이 대응하지 않았으나 파주 지역에선 전날과 달리 후방 초소에서 대응사격을 해 오는 등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간혹 비무장지대 안에서 활동을 해 왔지만 MDL 선상까지 진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틀 연속으로 장소를 바꿔 가며 MDL로 접근하고, 기다렸다는 식으로 대응 사격을 실시한 것은 단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철원과 파주는 우리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장소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7일 남북 해군 간 함포 교전 이후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을 향해 고사포 사격(10일)을 한 데 이어 MDL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전단을 담은 풍선을 MDL상에서 사격하기 위한 준비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농활동을 하다 총격전으로 인해 긴급 대피한 지역 주민들은 오는 25일 예정된 민간단체의 임진각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로 했다.

 통일촌 이완배(61) 이장은 “민통선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관광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주민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고 나가 전단 날리기를 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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