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사이 찌릿찌릿, 뒤꿈치 욱신욱신 … 발병 났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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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신발과 중년 이후 감소하는 여성호르몬 탓에 여성의 발 질환이 늘고 있다. [사진 김수정 기자]

과거의 발 질환은 ‘생계형’이었다. 발품을 팔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발 질환은 ‘레저형’이 많다. 조깅이나 산행, 무리한 워킹이 발을 혹사시킨다. 발 질환은 여성에게 월등히 많다. 불편한 신발과 중년 이후 감소하는 여성호르몬 탓이다.

발가락 사이가 찌릿하거나 앞꿈치·뒤꿈치가 욱신거린다면 발 병(病)이 온다는 신호다. 통증이 오는 부위에 따라 원인과 질환이 다르다. 단풍철은 발 질환의 계절이다. 족부질환 전문가인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에게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족부질환의 증상·치료법을 들어본다.

[발목염좌] 신발 굽이 높아 발목이 불안정해지면 인대가 뒤틀리면서 발을 잘 삔다.

앞꿈치·발가락 찌릿하면 무지외반증

뒷산을 오르다 시큰거리는 무릎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은 강경옥(54·여·서울 마포구)씨. 그는 무릎관절염이란 진단을 받으면서 의사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무릎관절염의 원인이 ‘발’에 있다는 것이다. 강씨는 “걸을 때면 발 앞쪽이 욱신거렸는데 신발 때문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강씨를 진료한 박의현 원장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으로 몸의 하중이 제대로 받쳐지지 않아 무릎에 부담이 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있어 발 바깥쪽에 힘을 주고 걷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안장걸음을 하고 발목을 잘 삔다. 박 원장은 “압력을 재보면 2·3·4번째 발가락에 체중이 쏠리면서 2차적으로 발가락 뿌리(앞꿈치)에 굳은살이 박인다. 환자들은 티눈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의 가장 큰 원인은 신발이다. 발 볼이 좁아 꽉 조이는 신발을 신으면 발가락 사이가 찌릿한 통증(지간신경종)이 온다. 압박 때문에 신경이 눌려 붓기 때문이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을 때도 하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발톱이 살을 파고든다. 무지외반증은 유전도 주 원인이다. 박 원장은 “여성의 20~30%는 무지외반증이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유전”이라며 “20대에 접어들면서 발 볼이 좁은 하이힐을 신기 시작하면 질환이 악화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늘면서 치료법이 발전했다. 과거에는 튀어나온 엄지뼈를 잘라내 치료가 고통스럽고 재발 또한 많았다. 지금은 변형된 뼈를 본래의 위치에 돌려놓는 방법(절골술)으로 30분 만에 수술한다. 뼈에 실금을 내고 움직이는 원리다. 박 원장은 “수술재발률이 2%로 줄었다. 발목마취만으로 수술할 수 있어 하루이틀이면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뒤꿈치·발바닥 가운데 욱신,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염은 중년 여성의 발 건강을 위협한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뼈 뿌리 부분으로 이어진 질긴 막(섬유띠)이다.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 역할을 한다. 걷거나 뛸 때 발바닥(족저)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근막)에 반복적인 충격을 세게 가하면 근막이 찢어지면서 염증이 생긴다. 방치하면 근막에 뼈가 자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발병 1위 연령대는 40~50대 여성이다. 지난해 족저근막염 환자 중 3분의 1이 ‘4050 여성 환자’였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져 쿠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근막에 무리가 잘 간다. 운동을 과하게 하거나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면 질환이 악화한다.

주요 증상은 발뒤꿈치에 염증이 생기면서 오는 통증이다. 발을 디딜 때 뒤꿈치에 충격이 가해지는데 이 부분이 족저근막의 시작점이다. 자고 일어나서 첫발을 디딜 때, 쉬고 있다가 발을 내디딜 때 통증이 찾아온다. 통증 때문에 발을 절뚝거리면서 걷는 환자도 있다.

평소 골프공·손가락 등으로 발바닥을 마사지해 주고, 발가락을 구부려 아치를 만들었다가 펴주는 스트레칭을 반복하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갑작스럽게 시작하는 과도한 운동은 피한다.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올린다.

족저근막에 생긴 염증은 수술 대신 체외충격파로 시술한다. 염증 조직에 충격파를 쏘아 피가 쏠리게 하면서 근막 조직을 재생시키는 원리다. 동시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둔화시킨다. 강한 에너지를 내는 체외충격파 기기로 염증 상태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환자 만족도를 좌우한다. 박의현 원장은 “발은 26개의 뼈와 100여 개의 힘줄·인대·신경이 정교하게 어우러지며 몸 전체를 지탱하고 걷게 하는 인체기관”이라며 “작은 충격에도 발가락 사이나 발 가운데 아치, 앞꿈치·뒤꿈치에 통증이 있다면 발 건강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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