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땐 증거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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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러한 요구조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이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느냐의 여부와 증거력의 인부는 법관의 전속권인 자유심증에 달려있는 만큼 자백의 증거능력이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묵비권행사 부고지)자유심증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현행제도 아래서 자백이 증거력을 갖기 위해선 최소한「임의성」과「보강증거」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과연 임의성 인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전문가들도 그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고있다.
임의성 규정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연방법이나 각주의 법은「강요」가 있으면 임의성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강요」의 범위는 피고인에게 변호사 선임권과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률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임의성 없는 자백은 진술과정에서의 비자연적인 상태, 즉 ▲수사관의 약속에 의한 자백 ▲수갑을 차고 한 자백 ▲구금환경에서의 자백 ▲야간의 강압적 취조시의 자백 ▲병환중의 자백 ▲유도심문에 의한 자백 ▲위계에 의한 자백 ▲음식제공금지속의 자백 등이다.
실제사건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자백의 임의성문제를 어떻게 다루고있는가 살펴본다.
(상급심 판결례)대법원은 81년10월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 사건 원심파기 이유에서『경찰에서 고문에 의해 자백을 하고 검사 앞에서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뒤 법정에서 이를 부인한다면 검사 앞에서의 자백은 임의성이 의심된다고 보아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판결이유 중『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받고 그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같은 내용을 검사 앞에서 진술했다면 비록 검사 앞에서 조사 받을 때는 고문등 자백을 강요당한 일이 없다하더라도 그 진술은 임의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에 열거한 각가지 강요방법을 검사가 사용하지 않았음을 판결문은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왜 강요없는 자백에 임의성을 인정치 않았는가가 문제다.
이 점에 대해 이들은 조사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보다 조사 받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임의성인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임의성 인정문제에 있어 대법원이 보여준 최근의 기준가운데는 ▲검사 앞에서의 자백이더라도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입회했다면 그 자백은 유죄의 증거가 안된다. 또 검사가 피의자 심문조서를 작성할 때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주지 않은 것도 증거능력 배척의 이유가 된다(81년12월). ▲피고인이 살인했다는 자백의 보강증거로 친구사이인 피해자의 장례식에 참석치 않았고, 유치장에서 감방동료에게 범행했다고 시인했으며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모두 간접적인 정황일 뿐 유죄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82년1월)는 판례도 있다.
이상의 기준에서 고숙종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증거평가를 비교해본다.
(상실 된지 오래된 증거능력)재판부는 고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에 대해서는 고문·불법감금·강요등 이유로 단호히 배척했다.
그러나 검찰에서의 자백에 대한 판단은『피고인이 검찰에 송치된 후에도 경찰에서 엄문을 당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하였다고 의심하기엔 부족하다』고 되어있다.
이어 신빙성에 대한 판단에서는『검사 앞에서의 1, 2회 진술내용은 경찰에서의 자백내용과 거의 동일하지만 그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기재가 되어있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리고 결론으로 현장의 객관적 상황과 모순되는 점,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된 점, 허구적인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점,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재야 법조인사들의 평가는『표현상 언뜻 보아 임의성이 인정된 것처럼 보이나 그 해석은 검찰에서의 진술이「경찰에서의 진술이 유지된」임의성 없는 자백으로 풀이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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