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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발끝은 쉬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긴 비행도 역(逆)시차도 손흥민(22·레버쿠젠)을 막지 못했다. 한 단계 성장한 그의 발끝은 더 매서웠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독일 슈트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4~15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 슈투트가르트와 원정 경기에서 3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전반 4분·9분에 정규리그 3·4호골을 잇따라 터트렸다.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하면 올 시즌 7·8호골이다. 손흥민은 전반 41분 카림 벨라라비(24)의 골을 도우며 올 시즌 리그 첫 도움도 올렸다. 비록 팀은 3-3으로 비겼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손흥민에게 평점 2점을 부여해 양 팀 통틀어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

손흥민은 최근 A매치(국가대항전)에 출전한 직후 나서는 소속팀 경기에서 맹활약하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베네수엘라·우루과이와 평가전 2연전에 모두 나선 직후, 베르더 브레멘과 리그 3라운드 경기에 후반 15분 교체 선수로 출전해 정규리그 첫 골을 넣었다. 이달에도 10일·14일 파라과이·코스타리카와 A매치에 연달아 출전한 뒤 소속팀에 복귀해 사흘 만에 치른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멀티포를 가동했다. 11시간 가량 이어진 장시간 비행도, 7시간의 시차도 문제가 되지 못했다.

비결은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진 체력에 있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유독 체력을 강조해왔다.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해 사실상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체력을 보강하고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며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늘렸다. 체력과 비례해 출전시간도 늘었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소화한 12경기(리그·컵대회 포함) 중 7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뛰었다. 43경기를 소화한 지난 시즌에 풀타임은 9차례에 그쳤다.

기본기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손흥민은 지난 6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가진 대표팀 소집 훈련 기간 선수단이 함께 조깅으로 몸을 풀 때 유일하게 드리블을 했다. 공 없이 뛰는 동료들과 페이스를 맞추면서 러닝 훈련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선수 자신은 "레버쿠젠에 그런 훈련이 많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은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는 상당히 빠르다. 지난 시즌에는 18경기를 치르고서 8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팀 동료 벨라라비를 비롯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 알렉산더 마이어(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분데스리가 득점 공동 4위까지 올라섰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경기당 평균 0.66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1985~86 시즌에 한국인 해외리그 한 시즌 최다 골을 넣은 차범근(38경기 19골)의 기록에 도전한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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