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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돈」…「오는 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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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교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스카우트경쟁의 와중에서 주가가 올라 여러 가지 형태의「사례」를 받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학을 공짜로 다니고 돈까지 받으니 파격적인 특혜다. 학업이 우수한 학생이 장학생이 되고 특별장학금을 추가로 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해하면 문제가 없다.
또 이것이 운동특기자들의 대학 진학을 장려하고 넓게는 스포츠진흥에 일단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와 대학간 금전거래는 으례 흥정이라는 비교육적 요소가 개재되며 「돈을 받는 우수 선수」에 끼여 붙어 「돈을 내는 사이비선수」가 부정한 입학을 하는 변태를 빚고 있는 것이 대학스포츠의 그늘에 도사린 악성질환이다.
대학마다 매년 1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편승입학을 하는 선수는 1천만원에서부터 최고 3천만원까지 사례를 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소문이다.
이 돈을 누가 소유하며 어떻게 사용되어 지는가에 관해선 극소수 관계자외엔 아무도 모른다. 일부는 우수선수 스카우트 비용, 또 일부는 운동부 운영비로 충당되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스포츠계의 일선 코치들이 한결 같이 대학팀의 코치되기를 원하는 것을 가리켜 이러한 비밀스런 일과 관련된다고 단정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각 대학의 체육부 한해예산은 대략 1억 내지 1억5천만원 규모다.
이 재정 규모로는 각 운동부의 합숙비·출전비 그리고 각종 장비 구입 등 기본적인 경상비에도 크게 모자란다.
그래서 공식예산 못지 않게 많은 경비를 사회 각계의 동문들로부터 찬조 받으며 따라서 「편승입학」의 사례비가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대학으로부터 받는 사례는 어느 정도 인지 살펴본다.
2개 대학이상의 스카우트경쟁 대상이 되는 1급 선수들은 1백만원에서 5백만원까지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것이 통례다.
올해 진학하는 농구의 정덕화(송도고→연세대) 김성욱(계성고→국민대), 야구의 박노준(선린상→고려대) 김건우(선린상→한양대) 김정수(진흥고→연세대) 이재홍(신일고→건국대), 축구의 박량하(창신공→고려대) 최용길(영등포공→연세대) 등 각 종목 노른자위들은 3백만원내지 5백만원 상당의 「입학 축하금」을 받는 케이스다.
여기서 말하는 금액은 반드시 현찰은 아니며 일반적인 평가액이다. 사례의 구체적인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예컨대 한양대는 가정이 빈곤한 김건우에 대해 그의 부친을 학교 차량주임으로 취직시켜 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한양대는 과거 야구의 황태환(홍익회)을 스카우트 할때도 우물 파다 실족하여 다친 부친을 치료해 줬고, 장효조(대구상)의 경우 엔 누나의 취직으로 사로잡았다. 이와 같은 예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며 현찰을 지불하는 것에 덧 붙여 이뤄지는 수가 많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어긋나는 점이 있다.
대중의 인기가 높은 야구나 축구보다 실내 경기인 농구나 배구 종목의 스타 흘레이어들이 훨씬 더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농구와 배구의 슈퍼스타가 야구·축구의 경우보다 희소가치가 크며 효용성이 월등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재산에 따른 것이다.
야구의 경우 최동원(경남고→연세대) 이 불세출의 명투수답게 1천5백만원의 사례를 받아「최고 기록」을 수립했음은 이미 밝혔다.
이것은 몹시 이례적이다. 과거 축구의 슈퍼스타 차범근(경신고→고려대) 이 진학할 때는 아파트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최동원정도의 예우를 받은 셈이다. 야구의 김일권이 상은을 퇴직, 한양대로 갈 때도 「거금」을 받았다는 소문이다.
특히 올해엔 스카우트사례비 1천만원 짜리 선수가 속출, 대학 스포츠의 스카우트 열기는 점입가경이다.
남자배구 국가대표의 새로운 자이언트로 각광 받고 있는 신장 199·7cm의 이종경(경북사대부)이 대학배구의 쌍벽인 경기대와 인하대의 줄다리기 속에 분란을 일으키다 결국 동창선수 3명을 대동하고 1천만원 상당의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경기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종경 못지 않은 대어로 납치 소동을 벌었던 국가대표 전윤호(경북체고·192cm)는 서강대와 성균관대의 줄다리기 속에 「1천만원 짜리」로 홋가되고 있으며 농구의 최장신(2m7cm) 한기범(명지고→중앙대)도 부친의 심장수술비 일체를 중앙대가 도맡는 등 1천만원 상당의 대우를 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이례적인 케이스가 있다. 올해 대전상고를 졸업하는 축구청소년대표 링커인 김삼수. 그는 당초 한양대와 굳게 언약을 맺고 있었으나 작년 11월 갑자기 동아대로 급선회했다. 축구선수에겐 파격적인 1천만원 이상의 보답이 김의 부모에게 베풀어졌기 때문이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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