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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외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과 프랑스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일은 한불간의 쌍무관계를 위해서도 그 중요성을 크게 평가해야 한다. 프랑스문화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왔고 양국관계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인 교역량도 70년대 후반 들어 왕복 6억달러선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과 파리를 잇는 항공노선의 개설로 두 나라는 「국제적인 이웃」으로 성큼 접근했다는 느낌이 들만큼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불간의 공식 관계가 우리 처지에서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 까닭으로는 우리 쪽의 외교노력의 부족, 구시대 우리의 국내정치정세에 대한 프랑스의 불만, 미소대립으로 양극화된 국제정치에서 가급적 중립을 지키려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외교노선 따위를 들 수가 있겠다.
이런 한정된 한불관계가 올들어 확대와 도약의 계기를 맞게된 것은 한국의 외교적 낙후성 극복 위해 환영할만한 일이다.
2월말 우리 외상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여 일련의 한불외상회담을 갖기로 공식합의가 되었는데 두 나라 외상회담에 우리는 크게 두 갈래의 기대를 걸고 있다.
첫째는 전대통령의 방불 논의다.
지금 서울·파리간에는 이번 초여름깨 전대통령이 「미테랑」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는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월의 외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한불정상회담의 조기실현 쪽으로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
둘째는 프랑스가 남북한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 「다리」역할을 맡는 일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다. 프랑스는 서방동맹국 중에서는 공산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중의 하나다.
북한과의 접촉만 하더라도 파리에는 북한의 통상대표부와 유네스코 상주대표부가 있다.
북한은 프랑스가 차지하는 국제적인 지도적 위치, 문화·교통 중심지로서의 파리에 착안하여 프랑스를 서구 및 아프리카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배경으로 하여「미테람」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필립·마셰폐르」 상원의원 같은 사람은 최근 들어서 네 차례나 북한을 방문한바 있다.
「마셰페르」가 지난18일 서울을 방문한 사실은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에 프랑스가 중재역을 맡을만하다는 우리들의 기대와 생각을 한층 굳힌 셈이 되었다.
때마침 통일헌법제의가 나왔다. 그것은 우리가 80년대에는 분단상황의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임을 의미한다.
한때 우리는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등장에 일말의 불안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쪽의 기우였다.
오히려 우리는 사회당정권이기 때문에 보다 해내기 쉬운 역할을 프랑스와,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게된 것이다. 한불외상회담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거기다가 정상회담까지 실현된다면 한불관계는 새로운 차원을 맞고 남북한관계, 한국과 동구의 접촉, 한국의 교차승인 문제에 하나의 돌파구가 뚫릴 것으로 기대해도 지나친 낙관은 아닐 것이다.
한불교역의 확대, 두 나라의 합작에 의한 제3지역 진출 같은 경제관계가 중요한 것은 새삼 강조할 것 없다. 그러나 우리는 새 차원으로 올라서려는 한불관계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북한을 포함한 대공산권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는 쪽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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