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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못 와서 죄송합니다" 휴먼원정대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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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휴먼원정대가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엄홍길 등반대장(左)이 계명대산악회원 추모식에 참석해 유족들과 얘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번 휴먼원정대는 본사를 비롯, SK.파라다이스호텔 등이 후원했다. 대구=조문규 기자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져 간 넋들이여, 이젠 편히 잠드소서."

13일 오후 1시 계명대에선 산악인 4인의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지난해 5월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참가했다가 숨진 백준호(당시 38세).박무택(36).장민(28)씨. 이들의 시신을 찾으려고 지난 3월 출발한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를 격려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가 고산병으로 숨진 한승권(50)씨를 영원히 떠나 보내는 행사다.

추모식에서 유족들과 원정대원, 계명대 산악회원, 대학 관계자 등 300여 명은 고인들과 휴먼원정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지켜보며 금세 눈물을 흘렸다.

특히 추모식엔 박무택 대원의 시신 수습에 성공한 휴먼원정대가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정리하고 곧바로 대구로 내려와 산 사나이의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

추모위원장인 손칠규 휴먼원정대장은 추모사를 통해 "백준호와 장민 대원의 시신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박무택씨의 시신 수습 약속을 지켜낸 산악인 엄홍길씨는 '친구여 편히 쉬소서'라는 추모사를 마친 뒤 고개를 떨어뜨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이날 행사에서 대한산악연맹 이인성 회장은 지난 3월 고인들에게 추서된 맹호장(박무택).백마장(백준호) 등 훈장과 체육포장(장민)을 유족들에게 전달했고, 한씨의 유족은 대구시 산악연맹으로부터 추모 메달을 받았다.

또 최근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선정된 고 백준호씨에겐 대구시 달서구청장이 의사자 증서를 전했다. 모교인 계명대는 유자녀 입학 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족지원증서와 감사패 등을 수여했다.

합동 추모식 뒤에는 대구 팔공산 비사골에서 동판 제막식이 거행됐다.

계명대 산악회는 지난해 5월 이곳에 백씨 등 3명을 추모하는 동판을 붙인 데 이어 지난 9일 다시 한씨를 기리는 동판을 달았다. 한씨를 기리는 동판에는 '초모랑마에 두고 온 사랑하는 후배들을 그리다 티베트 하늘의 별이 되시다'라고 새겨져 있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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