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수장 후보 압축 … 내부 인사 3명, 외부 출신 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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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가 네 명으로 압축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6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회의를 갖고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과 하영구 시티은행장 등 네 명을 2차 후보로 선정했다. 1차 후보군에 들었던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4강’은 KB금융에 한때나마 몸담았던 이들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외부 출신은 하영구 행장 뿐이다.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씨티은행장을 14년째 맡으면서 체득한 경험과 인맥,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KB금융 회장 후보로 나선 뒤 현직인 씨티은행장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다른 세 명의 후보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일하다 KB금융에 영입돼 부행장이나 부사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밝다는 게 공통적인 강점이다.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학계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쳐 국민은행에서 내부 살림을 총괄했다. 지주사설립 기획단장을 맡아 현 경영체제의 기틀을 짠 경험도 있다. 윤종규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다 KB에 스카웃돼 재무·전략 부문에서 활약했다. KB금융에서 일한 경력도 7년으로 ‘내부 출신’ 중 가장 길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론과 실무 양면에서 강점을 가진 후보로 꼽힌다.

 김영진 회추위 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투표로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 네 후보의 면면을 보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 위원들의 상당수가 KB금융 근무 경력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내분사태가 결국 ‘낙하산’ 경영자간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최종 승부도 회추위원들이 ‘내부 출신 중용’이란 명분과 하 행장이 가진 중량감 중 어디에 표를 줄 것인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2차 투표에선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히 나타났지만 내부 출신 후보간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결과적으로 하 행장이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한편에서 나온다. 회추위는 22일 4명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90분간 심층면접을 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릴 예정이다.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박유미·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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