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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빚 12만5원 밀렸다고|1,500만원 짜리집을 경매|네식구 영하의 거리로|국민은 노량진 지점 5개월 못내자 "약관에 따라"|"비용물면 취하해주겠다" 약속|서둘러 냈지만, "때늦었다" 강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세서민부금 50만원을 빌어 쓰고 5개월 불입금 12만5천원 (월2만5천원)을 기간안에 불입하지 않았다 하여 은행측에 의해 1전5백만원짜리 집을 강제경매 당한 4식구가 혹한의 거리로 내쫓겨 떨고 있다. 서울 흑석1동 200의 8 삼화연립 102호 한옥진씨(37·여)와 3남매는 지난 11일 국민은행 노량진 지점(지점장 이성배)에 의해 연립주택(17평 3홉·싯가 1천5백만원)이 강제경매 당하자 가재도구를 집 앞에 쌓아둔 채 거리로 내쫓겼다.
한씨가 은행돈을 쓴 것은 79년 10월 8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취업중인 남편 김영태씨(40) 명의로 영세서민부금 50만원을 융자받아 빚을 갚는데 썼다.
한씨는 지난해 1월까지 16회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불입해오다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입금을 내지 못했다.
한씨가 자신의 짐이 경매에 들어간 사실을 안 것은 지난해 6월 22일 은행으로부터 전화통보를 받고 나서였다.
그 이전에 법원으로부터 공시최고가 송달됐으나 파출부로 일하는 한씨는 낮에 집을 비워 이를 받을 수가 없었고 옆집 주인으로부터 『우체부가 공시 최고장을 갖고 왔더라』는 말을 들었으나 법률지식이 전혀 없는 한씨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는 것.
강제경매에 들어가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한씨는 6월 26일 미불임금 12만5전원 중 10만원을 우선 납부하고 다시 8월에 2개월분 5만원을 냈다.
그러나 한씨의 집은 10월 21일 신모씨에게 7백만원에 경락되고 말았다.
한씨는 은행을 찾아가 『12만5천원을 못 냈다고 1천5백만원짜리 집을 강매할 수 있느냐』며 호소했고 『경매가 진행중인데 불임금은 왜 계속 받았느냐』고 항의했다.
은행측은 12월12일까지 미불금 12만원과 경매비용 28만원 등 40만원을 가져오면 경매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
한씨는 이 말을 믿고 12일 우선 23만원을 남에게 빌어 불입하고 이틀후인 14일 나머지 청산금을 납입했으나 은행측은 『이미 때가 늦었다』며 앞서 약속과는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은행측은 영제서민부금 대출 때 은행약관에 의해 3개월 이상 불입연체 때는 담보물을 경매토록 주지시켰으며 강제경매는 법절차에 따라 하자없이 집행한 것으로 은행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배 지점장도 딱한 일이지만 법대로 집행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갈데 없이 거리로 쫓겨난 한씨는 『법을 잘 몰라 10여만원 정도의 돈이라면 가재도구나 냉장고·TV같은 것을 차압해도 될 줄 알았다』며 『1천5백만원짜리 집이 날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울먹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취업중인 남편으로부터 월 45만원씩의 송금이 있지만 1천5백여 만원의 빚을 갚느라 쪼들린 생활을 하고 있는 한씨는 법 이전의 문제로 4식구를 살릴 길은 없겠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경매가 될 경우 은행측은 경매법에 따라 한씨의 집 소유권을 낙찰자에게 이전시킨 뒤 낙찰가격에서▲한씨의 은행 빚 12만5천원▲감정비·송달비·집달리 조사비용 등 경매에 따른 비용 (통상 30만원 내외)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채무자 한씨에게 되돌려 준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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