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보 vs 업계 고사…‘취득세’에 발목 잡힌 부동산펀드·리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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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2008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부동산펀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식과 채권에서 큰 손실을 본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을 위해 대체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간접투자 시장이 고속성장을 이어 왔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펀드, 리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올해로 종료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최근 입법예고 한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700여 개에 이르는 부동산 펀드, 리츠, PFV는 ‘30% 취득세 감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 부동산펀드와 리츠, PFV는 모두 취득세(4.6%)의 30%를 감면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 부터는 정상적으로 과세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미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세법개정안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안전행정부는 취득세 감면이 폐지될 경우 연간 1700억원 가량의 지방세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관련 업계 고사 우려

하지만 관련 업계는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취득세 혜택이 사라지면 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상품성이 훼손돼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수익률이 하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부동산 매입 비용이 1.38%(4.6%×30%) 더 들기 때문이다. 리츠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선 항구적인 취득세 감면을 요청해 왔다”며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당장 수익률이 연 1% 이상 하락해 투자자 모집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하락하면 대안 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 차이에 민감한 자본시장에서 취득세 감면 여부는 리츠 산업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세수를 늘리려던 수가 오히려 관련 산업을 위축시켜 지방세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던 국토부 당황하고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올해 일몰 예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과 임대주택리츠에 대한 취득세 면제도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취득세 면제 혜택 폐지를 들고 나온 데다 혜택이 사라지면 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리츠 취득세 면제 폐지도 거론

LH와 임대주택리츠가 임대를 목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는 면제되고 재산세는 50% 감면된다. 국토부는 전·월세난 해소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공공·민간제안 임대주택리츠를 설립, 매년 1만가구 넘는 임대주택을 공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취득세가 부과되면 기대수익률 뚝 떨어져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워지는 등 리츠 설립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오피스빌딩이나 상가 등 리테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낮은 임대주택펀드나 리츠의 타격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국토부가 추진 중인 공공·민간제안 임대주택리츠의 기대수익률은 연 5~6%(매각차익 제외) 정도. 취득세가 부과되면 기대수익률이 최고 3~4%가량으로 낮아져 기관들이 요구하는 수익률 최소 5%조차 맞출 수 없게 된다.

공공·민간제안 임대주택리츠는 국민주택기금과 민간자본이 공동으로 투자, 리츠를 설립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시행사로부터 싼 값에 토지를 제공받아 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공공·민간제안 임대주택리츠를 통해 2017년까지 4만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첫 공공 임대주택리츠는 이미 영업인가를 받은 만큼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취득세가 부과되면 시장활성화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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