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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최첨단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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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상어 피부. V자 형태의 비늘이 물의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 현미경으로 본 파리 발바닥. 강력 접착제 원리가 들어있다.

▶ 연잎에 맺힌 물방울. 자동으로 청소되는 마법이 숨어 있다.

사람의 달팽이관은 속도며 미세한 진동, 소리의 높낮이, 음색까지 구분할 정도로 정교하다. 달팽이관의 미세한 섬모가 움직이며 그런 것들을 감지해 내는 것이다. 최근 인공 달팽이관이 개발돼 청각 장애인들에게 이식되고 있지만 타고난 달팽이관에는 턱없이 수준이 낮다. 인조 달팽이관은 겨우 청각 정도를 알아듣게 한다. 신이 설계한 '자연산'과 '공산품'의 차이가 그만큼 큰 것이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가속도계나 진동계도 사람의 달팽이관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다.

한국기계연구원 미국 라이스대, 영국 노팅엄대, 독일 마르크스 프랑크연구소, 민간 기업 등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에서는 인간의 달팽이관을 비롯한 상어 비늘, 도마뱀붙이.파리 등의 발바닥, 물 안 묻는 연잎 등의 성능을 인공으로 재연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의 극히 일부를 모방한 상품이 이미 나와 있기도 하다. 자연이 훌륭한 스승인 셈이다.

달팽이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다. 섬모를 탄소나노튜브로 만들거나 각각 길이가 다른 전극 세 개를 일렬로 세운 뒤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정도가 다른 전기량을 측정하는 식으로 달팽이관의 성능을 구현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음향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등 연구가 더디게 되고 있다. 물고기의 옆구리 부분에 있는 측선도 달팽이관과 함께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측선이 달팽이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김완두 박사는 "나노 기술이 급진전돼 고도로 달팽이관을 모방할 수 있다면 기존 인공달팽이관뿐 아니라 가속도계.진동계 등 각종 센서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어의 비늘은 물속에서 속도를 높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비늘을 확대해 보면 물의 저항력이 최소화하도록 V자 형태의 비늘이 수없이 붙어 있어 물이 회전한다. 이런 원리를 본떠 스피도라는 회사는 수영복을 개발했다. 이런 유의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대거 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원들은 전복의 껍데기 구조를 방탄복 개발에 응용하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와 있지 않지만 이미 전복 껍데기의 구조 등은 분석이 끝난 상태다. 전복 껍데기는 웬만한 충격에도 잘 부서지지 않는 초고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전복 껍데기는 지름 10㎛(1㎛는 0.0001㎝), 두께 0.5㎛ 크기의 수천개의 탄산칼슘 타일이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다. 각 타일은 단백질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어 있다. 이런 구조를 활용한 방탄복을 만들면 가벼우면서도 총알 같은 것을 쉽게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는 연잎을 모방한 상품은 이미 나와 있다. 독일 바스프사는 옷이나 물건 등에 뿌리면 물이 쪼르륵 굴러 떨어지는 스프레이를 개발했다. 연잎 표면에는 극히 미세한 털이 무수히 나 있어 물방울이 표면에서 퍼지지 않고 공처럼 뭉쳐 구르게 되어 있다. 그렇게 구르는 물방울은 표면의 먼지까지 쓸고 가 연잎은 항상 깨끗하다. 바스프사의 스프레이는 기존 왁스보다 20배 정도 효과가 뛰어나지만 연잎의 성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이런 기술을 잘 이용하면 유리창 바깥쪽을 닦지 않아도 스스로 빗물에 청소가 되도록 할 수 있다. 건물 외벽도 마찬가지다.

도마뱀붙이도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도마뱀붙이가 천장에도 붙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발바닥 구조 때문이다. 이를 모방한 테이프가 영국 맨체스터대학과 러시아 공동 연구팀에 의해 몇 년 전 개발되기도 했으나 아직 '자연산'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것은 테이프 1㎤로 3㎏을 천장에 매달 수 있다.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에는 무수한 극미세 털이 나 있어 그 힘으로 벽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도마뱀붙이뿐 아니라 파리 등의 곤충이 천장에 붙을 수 있는 것도 같이 연구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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