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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고 예술품 감상 … 주민도 '자연 놀이터'서 힐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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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중앙초등학교가 지난달 25일 대구 자연고에서 열린 제3회 도시농업박람회의 생활원예중앙경진대회에서 학교학습원 분야 전국 대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중앙초는 교내에서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형 텃밭 ‘힐링팜스쿨’로 수상했다. 힐링팜스쿨은 아이들에겐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터로, 학부모와 주민들에겐 도심 속 작은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중앙초의 힐링팜스쿨을 찾았다.

천안 중앙시장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천안역과 시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70여 년 전통의 중앙초가 나온다. 이 지역이 상업 중심지였을 당시 전교생이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구도심 공동화로 학생수가 80명 남짓으로 줄었다. 학생이 감소하면서 한때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다.

도시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앙초 교사와 학생들은 침체된 학교 분위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다. 그중 하나가 교내 텃밭 가꾸기다. 지난해 학교 테니스장을 텃밭으로 만들어 도심에서 즐기기에 적합한 정원 형태로 바꿨다. 작물 재배와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힐링팜스쿨이란 이름을 붙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70여 종의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학부모도 텃밭을 분양받아 동참한다. 다양한 조형 미술작품을 전시해 주민들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중앙초 학생들은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 힐링팜스쿨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정해진 당번이나 순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이곳에 들러 작물에 물을 주고 닭과 토끼에게 먹이를 준다. 학부모나 주민도 대가 없이 자원봉사로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관리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힐링팜스쿨에서 재배한 작물을 직접 수확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재배한 배추로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 나눠줬다. 힐링팜스쿨은 단순한 교내 텃밭이 아닌 모두가 가꾸고 수확하며 나누는 귀한 장소가 됐다. 힐링팜스쿨이 생활원예중앙경진대회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주민이 함께하는 체험의 장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심사평가단으로부터 많은 점수를 얻었다.

김준표 중앙초 교장은 “아이들에게 교과서 속에 있는 지식을 교실 밖 자연에서 배우며 감성과 인성에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힐링팜스쿨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학부모와 지역민 모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힐링 공간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자연 관찰하며 감성 수업

힐링팜스쿨에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한쪽에 칠판과 책걸상 같은 수업에 필요한 자재들이 모두 갖춰진 야외수업 공간이다.

“밖에서 하는 수업이 꼭 체육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키우고 있는 작물들, 동물의 소리, 햇빛과 바람 같은 모든 것이 하나의 수업 자료가 되죠. 힐링팜스쿨에서 그림도 그리고 자연도 관찰하는 등 여러 과목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영환 미술교사는 종종 아이들과 이곳에서 수업한다. 야외 교실에서 수업하면 자칫 산만해져 집중력이 흐트러지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감성과 상상력에 좋은 영향을 끼쳐 수업 태도가 향상되는 것을 매번 실감한다고 말했다.

음악 수업도 힐링팜스쿨 야외 교실에서 자주 이뤄진다. 학교의 자랑인 1인 1악기 오케스트라가 이곳에서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오케스트라 역시 힐링팜스쿨처럼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2년 전 시작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아이들은 자연의 교실에서 미술과 음악·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을 즐겁게 배우다 보니 이제는 취미를 넘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쌓았다.

학생들은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침체된 학교 분위기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던 교사들의 뜻은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바꿔 ‘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 되도록 만들었다.

글=이숙종 객원기자 dltnrwhd@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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