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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위론』맥을 짚어보면…|"당정협조 성공"…민정당 희색|당사엔 신임각료 줄이어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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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앞으로 정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내각·대통령비서실·집권당에 대소의 개편이 있은 후 앞으로의 정치방향에 대해서는 기대도 크고 궁금증도 많다.
경제에 관해 선 이른바 「이론경제」에서 「현실경제」로의 전환이란 설명이 나왔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뚜렷한 풀이가 없다. 다만 개편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하고 설득력있게 나온 말로는「당정협조」「친정체제강화」라는 두가지 명제를 들 수 있다.
○…개각 후 신임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전두환대통령은 당정협조를 매우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렴의 뜻」「대통령재가」등을 앞세워 행정부의 결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없도록, 당과의 협의가 없는 사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도 강한 어조로 당과의 헙조를 행정부에 당부했다는 얘기다.
8일 신임 이한동총재비서실장에게 임명강을 주는 자리에서도 내각에 당과의 협조를 잘하라고 말해두었다면서 또 한번 당정협조를 강조했다는 것.
이쯤 되니 민정당간부들이 과거 어느 때 보다 즐거운(?)것은 당연한 일. 당사에는 전례없이 연일 신임공직자들이 인사를 다녀갔고 당을 대하는 자세와 언사역시 겸손하기 짝이 없다.
5일 유창순총리가 방문한데 이어 김준성부총리·김종호건설·손재백통일원장관과 신임 차관·지사들이 줄지어 인사를 왔고, 신임 안응모치안본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은 아예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단체인사를 하러 왔다.
이재형대표위원실과 권정달사무총장실의 대기실은 인사차 내방한 행정관료들과 하위객들로 문전성시. 이대표위원은 당사에 출근한 후 내방객들을 맞느라 다른 짬을 낼 수가 없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전성시대를 맞은 것같다』 고 희색.
유총리를 비롯한 신내각은 당정협조체제의 강화를 유난히 강조했고 김부총리는『매일 같이 당측과 만나 당의 생각을 알아차리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의 지원을 요청했다.
작년만 해도 구름 위의 신기루처럼 어색하게만 들리던 「당우위」가 있음직한 목표로 현실적인 모습을 띠게된 것이라고 당측에서는 흐뭇해 하고있다.
민정당으로서 최근 또 한가지 기분 좋은 일은 정신문화연구원장 후임으로 당에서 천거한대로 정재각동국대총장이 임명됐다는 사실이다.
연초 공석중인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천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민정당측은 은밀히 유진오· 현승종·신태환씨등 전·현직대학총장 5명을 1차 대장으로 선정했고 유박사에게는 고대출신 모의원을 교섭특사로 파견하기까지 했다. 결국 정총장의 내락을 받아 천거했는데 이 의견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한 당직자는 『이처럼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당관계자는 『총재가 당을 믿고 당에 애착을 가진 증거』라고 풀이했다.
○…당정협조와 궁극적인 당우위체제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민정당측은 △당원의 입각·공직취임△요로공직자의 입당△긴밀한 협의△당책·당의사의 정책반영등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당정협조 무드만큼은 만점에 가깝지만 민정당측은 아직 당우위체제가 실현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일부에선 내각의 과우수선이 민정당소속으로 구성될 때 당우위가 구현된다고 보는 것 같다. 현재 행정부에는 민정당소속의 장·차관급이 10명이상 된다는 설이 있다. 이번 개각으로들어간 나웅배재무·이선기동자·손재식통일원장관과 이춘구내무차관외에 정종택정무장관·이진정무제1장관보좌관이 당소속이고 그밖에 전책와대비서관과 C·J 현역 문관이 지난해 입당했으며 이번에 입각한 모고위인사도 민정당 고위당직자를 통해 입당했다는 소문이다.
민정당측은 장·차관급 고위관리의 입당을 극비사항으로 하고 있어 이 조치가 어느 범위만큼 확대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각에서의 발언권강화와 중요부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
그런 점에서 민정당은 이번에 이춘구의원이 내무차관에 임명된 사실을 특히 만족해하는 눈치다. 당조직정비과정에서 지방의 기존민간조직과 마찰을 걱정했던 민정당은 내무부에 대한 영향력강화를 상당히 희망했고 손재식전내무차관을 입당시킨 것도 이러한 고려에서 당이 요구했던 것.
이차관은 경찰체체를 정비할 책임을 지고있다는 소문도 있지만△당공약사업실선과△당지방조직정비에 있어서 지방행정기능의 협조태세를 다질 것은 분명하다는 관측들이다. 따라서이차관이 의원직을 겸직하는 것도 그 같은 『고도의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권총장)이라는 설명이다.
○…민정당간부들은 총재비서실장에 당의 건의대로 이한동의원이 임명된 데 대해서도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들. 이선기전비서실장은 임명형식에서는 당직자들이 애써 주장한 것처럼당의 추천이라는 절차를 밟긴했어도 사실은 당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위로부터 내려왔다. 그래서 당쪽에서는 한때 약간 당혹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인 듯.
이전실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권총장이 바쁘니까 나는 「사소한 당무」만 보고하겠다』고 자신의 위치를 플레이 다운하려고 애썼다. 2주일동안 이전실장이 총재의 뜻을 전달한 것은 구랍 29일 『당정책기구를 강화하라』 는 것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들은 이번 비서실장 후임 입선에 있어서는 『당이념의 이해,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비중있게 고려됐다』고 강조했는데 핵심당직자들과의 관계도 다분히 고려했을법 하다.
그래서 당직자들은 이실장의 임명을 총재의 신임을 재확인한 계기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서실장직 신설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여전히 있다.
우선 신선 아이디어가 당외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있고 그렇다면 비서실장을 총재가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가 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사무총장이 청와대를 오르내리며 당무보고와 결재를 받고 하의상달·상의하달의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비서실장 역시 이런 일을 맡게된다. 따라서 총재와의「거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으로 보면 당의 구심력이 다원화되는 효과가 불가피하리라는 관측도 사실 나오고 있다.
청와대보좌진의 개편을 놓고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하는 의견이 있다.
개각이후 내각의 권한과 책임이 강조되고 어디든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독려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통령과 내각사이의 중간과정도 없어지고 단축되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 대통령, 당총재의 개성·경륜이 더 적극적이고도 직접적으로 국정처리와 정치에 반영될 것은 틀림없으리란 논리가 가능해진다.
즉「친정체제의 강화」다.
전대통령이 정기국회폐회 리셉션에서 『어떤 권력층의 형성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번 일련의 개편에서 당정을 막론하고 인물의 평준화경향을한 특색으로 읽으려는 해석도 없지 않았다.
앞으로 당과 행정부의 역할과 관계정립과정에서 친정스타일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관해서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국이나 정치의 모습도 여기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게 틀림없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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