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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위장 관 출혈(6)|소화기 질환|최규완<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나라에서 내과의사들이 가장 흔히 당하는 응급질환으로는 아직도 위장 관의 급성출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는 순환기계나 호흡기계의 급성질병이 늘어나서 응급처치가 요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소화기계통의 출혈이 월등히 많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입으로 피를 토하고 대변이 새까맣게 되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환자가 쓰러지게 되는 급성위장 관 출혈이야말로 환자자신이나 가족들은 물론, 때로는 담당의사들까지도 당황하게 만드는 질환의 하나다.
물론 출혈한 부위나 잃어버린 피의 양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실혈량이 어느 정도를 넘고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앞에 설명한 증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이 떨어져서 이른바 『쇼크』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간을 다투어 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생긴다.
심한 출혈로 쇼크상태가 되면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만큼의 피를 공급하여 혈압을 올리고 순환기능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만약 혈액형 등 각종 조건에 합당한 혈액공급이 여의치 않으면 우선 폴라즈마나 알부민과 같은 혈액대용품이라도 주사하여 혈압을 유지시켜 주게 된다.
위장 관에서도 식도나 위, 십이지장은 상부위장 관으로. 그리고 그 밖의 소장 및 대장은 하부위장 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체로 상부위장 관에서 출혈을 하면 토혈을 하면서 항문으로는 검게 탄 대변을 많이 보게 되고 하부위장 관에서 출혈을 하면 붉은 색의 대변을 배설하는 하혈이 가장 두드러진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환자가 피를 토한다고 하지만 실제에서는 폐에서 출혈하는 각혈일 경우가 가끔 있다. 여러 해전의 일이지만 폐결핵 증으로 각혈을 심하게 하여 그 피가 위 속으로 거꾸로 흘러 들어갔다가 이를 다시 토해 내는 관계로 토혈인 줄 오인하여 크게 오진할 뻔한 일도 있었다. 다른 진찰과정에서는 지나쳐 버렸는데 흉부X선 사진결과 폐결핵이 나타나서 이를 추적한 끝에 오진은 겨우 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설명할 때 자세하게 하지 않아 일어날 수가 있다.
상부위장 관 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이 악화하여 그 합병증으로 출혈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그밖에 위암이나 다른 종류의 악성종양이 있을 때도 흔히 일어난다.
때에 따라서는 위암의 초기증상으로 위장 관 출혈이 일어나 이 때문에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따라서 생명을 건지게 되므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수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에서 식도에 생긴 정맥류가 파열하여 출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다른 어느 경우보다 출혈량이 많으며 또 간성 혼수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응급처치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하부위장 관의 출혈은 치질이나 이질로 인하여 오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그밖에도 장티푸스나 장결핵의 합병증으로 일어날 수도 있으며, 궤양성대장염이나 대장암에 따른 출혈도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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