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고와 사립고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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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가 조사한 82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의 성적분포를 보면 서울시내 고등학교의 학교 차가 여전했으며, 공립보다 사립학교의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공개를 기피한 학교가 있어 그 전모를 알 수는 없었으나 남자 고교가운데 3백점이상을 받은 학생이 10명을 넘는 사립학교가 12개교에 이른 반면 공립학교는 단 1개교에 불과했다.
자질이 비슷한 학생들이 추첨으로 배정되는 학제하에서 학교간에 차이가 있고, 특히 공립학교가 사립에 뒤진다는 사실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우기 평준화를 대전제로 하고있는 현행 교육제도아래서 지역간에 차이가 난다면 또 몰라도 같은 서울시내에서 공립과 사립간에 이 같은 격차가 몇년래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범연히 보아 넘길 일 같지가 않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에는 운영상의 여건이 여러가지로 다르다. 정부로부터의 재정보조가 그렇고 교사들의 일반적인 질이나 신분보장등도 다르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공립쪽이 유리했으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다.
가령 교사들의 신분보장문제만 해도 공립학교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그 신분이 확고하게 보장되고 있으나 사학교사들은 그렇지가 못하며, 정규사범대학출신자만해도 그 대다수는 공립학교에 배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공립과는 달리 사학에 대한 국고보조는 단 한푼도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공립학교쪽의 여건이 나은데도 사학에 비해 우수한 학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일선교사들이 느끼는 자기 직업에 대한 회의나 사기가 저하되어있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는다. 금전상의 처우는 차치하고라도 사회적 지위가 말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좌절감은 유독 공립학교교사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립과 사립학교간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공립학교교사들의 열의가 부족한 때문이 아닌가 우리는 생각한다.
사립고교교사들이 단 한 명의 제자라도 더 많이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을 무릅쓰고 수험생의 학습지도를 하고 있을 때 공립측은 문교부의 지시를 내세워 편안히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지나친 말일까.
거듭 지적하지만 교사는 단순한 월급장이는 아니며, 또 그래서는 안된다. 교육의 내실화는 학생들의 열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의 가르치겠다는 열의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사학에 비해 우수학생을 많이 배출하지 못한 것이 공립학교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부족에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여건이 오히려 불리한 사학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신 들린 듯 열성을 보인데서 무언가 배우는바가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다.
그러나 몇 십년을 두고 누적된 이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의 공감·협조 못지 않게 당사자인 교사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교사들이 해야할 일이란 바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일을 열의를 갖고 충실히 해나갈 때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결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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