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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소화기 질환-최규완<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근래에 일간지를 보면 암의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심심치않게 보도되고 있다. 미국에서 새로운 항암제가 발견되어 동물실험에 성공하였다느니, 일본에서 새로운 백신이 발견되었다느니, 우리나라에서도 인터페론을 대량생산하여 암치료에 개가를 올렸다느니 등등.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기사들을 자주 접하게된다.
이렇게 암의 치료법이 발달하고 있는데도 암은 아직 불치병이요, 주위에서는 암으로 생명을 잃는 환자가 그렇게 많으니 웬일일까. 과연 암의 치료법은 과거에 비하여 발전하고 있는것일까. 당연한 물음이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기에 앞서 우선 이와 관련해 잊혀지지 않는 한 환자를 소개해본다.
약3년전 소화가 잘안되고 까닭없이 체중이 준다는 이유로 소위 종합진찰을 받기위해 병원에 왔던 환자로서 60세안팎의 어느기업체 중역의 이야기다.
벌써 몇달동안 식사후에 윗배가 거북하고 트림이나고, 가끔 과식한후에는 경한 통증도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소화제나 사다가 복용하면서 지냈는데 지난 한달동안은 체중이 현저하게 준것을 발견하었다.
그제야 걱정이되어 병원에 가려고했지만 흑시 불치의 병이나 아닌지 겁이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낫는경우가 많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용기를 얻어 왔다는 것이다.
위장X선 사진과 위내시경검사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상세한 검사끝에 진행성위암이란 진단이 내렸다. 위자체를 보면 상당히 심한 암이었지만 다행히 다른 장기에는 퍼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수술을 받도록 하였다. 의외로 수술후의 경과가 좋아 체중도 많이 회복되고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수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가 거의 2년동안 계속되다가 복통이 가끔 일어나고 설사를 하더니 체중이 다시줄어, 검사를 해보게됐다. 결과는 위암의 재발로 판명되었다. 처음은 환자나 가족들의 실망이 대단했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여러가지 약물요법을 착실히 받아서 증상도 많이 나아지고 정신적으로는 아주좋은 상태로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식욕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등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증상이 많았으나 재발한지 10개월이 지난 요즈음은 회사에도 가끔 출근하고 있는 정도다.
물론 완치되었다고는 보지 않지만 환자자신도 생사문제는 하나님께 맡기고 현재로서는 최선을다할뿐이란 확고한 신념으로 투병하고있으니 반드시 좋은결과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근래 암의 화학요법이 발전하여 다른종류의 암에 있어서는 약물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한 예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위암의 경우 완치를 장담할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초기에 발견하여 근치수술을 받는길 밖에 없다. 다만 앞에 소개한 예에서와 같이 수술후 재발한 위암의 경우에 상당한 기간의 생명을 편안하고 또 유익하게 연장할수 있게된 것은 현대의학의 성과라고 평가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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