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멈췄다 들어간 16번홀 칩인 버디…우즈도 놀란 '신의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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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의 신은 타이거 우즈(미국)를 택했다.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우즈는 골프황제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했다. 악명 높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의 11일(한국시간) 마스터즈 최종 4라운드. 우즈는 크리스 디마르코(미국)와의 연장전 끝에 1997, 2001, 2002년에 이어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입었다. 2002년 US오픈 이후 메이저대회 10연속 무관 행진을 마감(메이저 통산 9승)했고, 동시에 비제이 싱(피지)을 제치고 22일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 타이거 우즈(左)가 16번 홀에서 칩샷한 공이 홀에 빨려들어가자 버디가 되는 순간캐디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오거스타 AP=연합]

▶ 그린 재킷을 입은 우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AP=연합]

155m(파3)짜리 16번 홀이 우즈에겐 승리의 분수령이었다. 그린의 경사가 심하고, 연못이 에워싼 까다로운 홀. 1타차로 선두를 지키던 우즈는 8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을 그린 왼쪽 뒤로 4m쯤 벗어난 러프에 떨어뜨렸다. 반면 디마르코는 티샷을 홀과 4.5m 거리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우즈로선 그린의 급경사 때문에 파 세이브조차 쉽지 않은 상황. 그린을 신중하게 읽은 우즈는 홀의 위쪽 8m 지점을 향해 회심의 칩샷을 날렸다.

그린에 떨어져 조금 구르던 공은 경사를 타고 90도 방향의 홀을 향해 서서히 방향을 틀었다. 공이 거의 홀에 이르자 갤러리는 환호했고, 우즈도 '파 세이브'를 굳힌 안도감에 손을 들고 화답했다. 하지만 멈추듯 말듯 하던 공이 계속 구르더니 홀 가장자리에 약 1.5초쯤 서 있다가 핀이 꼽힌 홀로 떨어져 들어갔다. 믿기지 않는 버디. 엄청난 탄성이 다시 터졌다. 이어 디마르코의 버디퍼트는 홀을 외면해 파에 그쳤다.

그러나 우즈는 17, 18번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했고, 디마르코는 모두 파 세이브를 해 12언더파 동타가 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 첫 홀인 18번 홀(파4). 디마르코는 파를 했고, 우즈는 3m 거리의 버디를 잡아 긴 승부를 마감했다. 경기 후 우즈는 16번 홀 버디 칩인에 대해 "내 생애 최고의 샷 중 하나였다"면서 "이번 우승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합계 5언더파로 루크 도널드(영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싱과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합계 6오버파로 공동 33위에 그쳤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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