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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 정상화 40돌 국제 학술회의] "한·일, 역사의 벽 넘어 상생 공동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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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시작된 국제학술회의가 참석 연인원 1000명이 넘는 높은 관심 속에 4일 막을 내렸다. 객석을 가득 채운 각계 전문가들은 "국교 정상화 40주년의 진정한 의미는 양국이 역사의 벽을 넘어 동북아 상생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놓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관계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비전을 찾아서'라는 공동 주제 아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40여 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 회의에서 양국 간 우호.협력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역사 인식'의 문제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역사 인식 문제는 일본의 방향성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마찰'이라기보다 '미래 마찰'"(이종원 릿쿄대 교수)이라는 지적에 모두가 공감했고, "민족주의.지역주의.국제주의를 연계해 동북아의 비전을 모색하는 통합적 사고가 요청된다"(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제안에서 참석자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양국 정부가 상생을 향해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히라노 겐이치로(平野健一郞) 와세다대 교수는 "국가는 본질적으로 벽을 만드는 존재다.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교류에서 돌파구를 찾자"고 했고, 장인성 서울대 교수도 "시민단체 교류 등을 확대해 국가의 변화를 요구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0년간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잇따라 이뤄낸 점을 일본 참석자들은 높게 평가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체제 공유'는 양국이 '의식 공유'로 나아가는 바탕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류(韓流)에 대해서는 양국의 문화 차이를 확인하며 서로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도카이대 교수는 "지난 25년간 일본 문화의 주류는 탈근대주의(공동체보다 개인을 강조)였다. 그 기간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민주화가 주요 이슈였다. 파편화된 일본인들이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에게 열광하는 것은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느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국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해석'에서 '공감'으로 역사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전후 세대가 전쟁 세대의 부정적.긍정적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을 공유하는 '역사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했고, 오시바 료(大芝亮)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은 "양국 간 공통의 기억을 만드는 '지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학자들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기획한 김영작 한국현대일본학회장은 "10년 전엔 동북아 공생을 얘기하면 냉소에 부닥쳤었지만 이제 현실이 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공동 주최한 중앙일보의 권영빈 사장은 "이 같은 학술회의를 통해 양국 간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많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했다.

배영대 기자

주최=한국현대일본학회.한국국제정치학회.한일경상학회.일본국제정치학회.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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