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외교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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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과 자원빈국이라는 현실때문에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정력을 외교에 쏟고 있다. 유엔이라는 다분히 상징적인 외교무대에서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땀을 흘린 것도 우리 형편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문제의 탈유엔이후 자칫 우리외교는 구심점과 방향을 잃고 표류할 뻔했지만 전환의 진통을 극복하고 외교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81년에 우리는 대미외교와 대아세안외교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안보외교다, 자원외교다 하고 굳이 구분할 수 없을만큼 국가간의 관계는 서로 얽혀있지만 그래도 지난 2월의 한미정상회담은 우리가 안전보장을 의존하고있는 미국과의 우호·동맹관계를 다지는데 기여했고, 지난 6월의한국-아세안 수뇌회담은 우리가 필요로하는 자원의 확보에 큰 보탬이 된것이었다.
외무부가 밝힌 새해의 외교목표는 그대로 실천만되면 우리의 비동맹외교가 한걸음 크게 전진하는 결과를 기록할 것같다.
새해 외교목표를 두갈래로 분류하면 하나는 아프리카·비동맹국가들과의 관계를 확대, 강화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서구우방들과의 협력관계를 깊고 넓게 하는 일이다.
별문제 없을 듯 싶은 서구가 여기 등장한 것은 「미테랑」정부하의 프랑스가 그러하듯이 혁신세력의 집권사례가 늘어나고 북한이 그 물결에 편승하여 외교적이득을 도모하려고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비동맹과 아프리카외교쪽은 목표가 한층 구체적이요 직접적이다. 우선 우리는 82년9월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비동맹정상회의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에 있다.
비동맹회의97개회원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북한에 비해서 10개국정도의 열세인데 이것을 호각지세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새해의 목표다.
금년초 뉴델리에서 열린 비동맹외상회의에서 북한이 한국조항을 결의문에 넣으려다가 좌절된 것은, 북한의 우세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전기로 판단된다.
바그다드정상회의에서 김일성이 이끄는 북한대표단은 뉴넬리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시도할것이 거의 확실한 일이다. 김일성이 참석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권위에 실패만회를 의존하려들겠지만 거꾸로 바그다드에서도 실패하는 날이면 김일성의 위신은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비동맹대책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비동맹권에서 양적다수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지역에서 한국은 수교국수를 기준으로 북한에 39대28로 크게 뒤지고 있다. 아프리카외교는 비동맹외교의 일부이기도 하고 자원외교의 일부이기도 하기때문에 우리 외교목표의 우선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대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새해 외교의 전체적인 방향이 나오고 거의 예외없이 비동맹·제3세계·정상외교 등에 역점을 둔다고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와 비동맹외교에 우리가 뒤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쪽 외교가 어렵다는 말도 되겠지만 외교당국에서도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자성해봄직은 한일이다.
우리외교의 미일편중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고 외교관들의 선진국근무 선호는「출세」와도 관련이 있었던 게 사실 아니었던가.
세계전체를 놓고 볼때 우리는 수교국 1백19대 1백4로 북한에 앞서있다. 그러나 동시수교국이 64개나 된다는 것은 우리가 받는 외교적 도전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외교는 「소리없는 전쟁」이다. 이번에 게시된 새해 외교목표의 달성을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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