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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체프곡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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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경기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벌써 반세기전에 이런 질문에 암시적인 답변을 준 경제학자가 있었다.
「스탈린」시대, 시베리아의 한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난「니콜라이·콘트라체프」
어느 면에서 그는「케인즈」와 대비된다.「케인즈」가 호화로운 서재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오늘의 자유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경제이론을 완성했다면 「콘트라체프」는 훨씬 오랫동안 노심초사하며 경제를 연구하다 불우하게 죽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포브즈(Forbes)는 최근호에서 바로 이「콘트라체프」의 이론을 새롭게 조명하고 오늘의 세계경제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결국 경제에는 커다란 간만의 파도가 있다고 믿게 됐다. 그 파도는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인은 주역이 아니고 단역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일종의 파동론자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지금의 세계경기는 1970년부터 시작된 하강기의 내리막 경사 속에 있다.
그의 이론은 하루아침에 탄생된 것은 아니다. 벌써 1920년대 초에 그는 미국·영국·프랑스의 1백년 이상에 걸친 상품가격조사에 착수했다. 거기서 그는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그의「장기파동설」은 1926년에 제시되었다.
그가 제시한「제1의 장기상승파동」은 1789년부터 25년간, 하강은 1814년부터 35년간 지속되어 한 사이클의 순환은 60년이 걸렸다.
「제2의 파동」은 1849년부터로 24년간의 상승과 23년간의 하강을 합쳐 전체파동은 47년.
「제3파동」은 1896년부터 24년간의 상승 끝에 1920년부터는 하강이 시작된다.
왜 이 같은 장기적 파동이 생기는 것일까.
「콘트라체프」는 이 해답까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죽었다. 다만 모든 원인이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에 귀착된다는 암시만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새뮤얼슨」이나 MIT공대의「찰즈·긴들버거」는 이른 난센스라고 일소에 붙인다. 하지만「새뮤얼슨」의 스승인「슘페터」는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슘페터」는 상승파가 새로운 생산기술과 시장도입에 의해 만들어지고 하강기는 기술혁신단계의 불가피한 성숙에 의해 생긴다고 보충설명까지 했다.
「케네디」와「존슨」의 경제고문이었던「로스로」도 바로 장기파동이론의 신봉자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학의「아더·루이스」도 입장이 같다. 그는『사실 두 개의 장기순환이 존재한다. 하나는 콘트라체프식의 50년 순환, 또 하나는 10년의 번영과 10년의 정체로 이어지는 20년 순환이다. 그중 나는 후자 쪽』이라고 한다.
「루이스」는 노벨상수상 연설에서 경제학자들의 단견을 꾸짖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저널리스트는 금년과 작년을 비교하고 이를 넘어서는 일은 보려고도 않기 때문에 좁은 시야를 갖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10년의 전망이 없으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경제의 변화가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된다는 이론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늘 예외적인 돌변사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콘트라체프」는 하나의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경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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