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옛집엔 둘재딸이 살아 방문했을땐 출타…뒤에 본사로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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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는 아메리카 독립혁명의 발상지. 흔히 미국인들은「우애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즐겨부르는 유서깊은 도시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수는 약3만명. LA·뉴욕등과 비교할 때 비록 숫자는 적지만 이주역사는 오랜 곳이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것은 이곳에서 살았고 또 여기서 영원히 잠들고있는 한 위대한 한국인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함이었다.
서수필이 살던 집이 남아있는 미디아는 필라델피아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32㎞ 떨어진 전원도시. 인구6천2백의 미국동부의 풍취가 물씬 풍기는 한적한 소읍이다.
마을 외곽 울창한 숲, 발목까지 빠지도록 낙엽이 쌓인 숲속에 위치한 낡은 2층 벽돌집. 그가 살던 이집에는 지금 그의 둘째딸「뮤리엘」여사(74)가 애견과함께 조용히, 그러나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취재팀이 처음 전화로 방문의사를 밝혔을 때「뮤리엘」여사는『언니「스테파니」여사(85)는 노환으로 입원중이고, 자신도 외부에 나서고 싶지않다』는 대답. 어떻게 되겠지하고 무작정 찾아갔지만 그녀는 이미 집을 비운 뒤였다.
집은 오래 수리를 안한 탓인지 몹시 낡아있었다. 굳게 잠겨진 현관문앞에서 기다리길 4시간여. 그래도 그녀가 돌아올 기미는 없었다. 집안에서 낯선 사람을 보고 짖어대는 개가 있을뿐…. 하는수없이 현관문에 메모를 남겨두고 돌아오고말았다.
그로부터 꼭 한달 뒤. 그녀는 본사 워싱턴주재 특파원을 거쳐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내용은 집에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로부터 시작, 한미수교 1백주년을 맞아 한국국민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는 것, 자신이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은 갑신정변·독립협회에 관한 얘기, 해방후 한국에 갔을 때의 추억,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버지 서재필은 한국에 민주주의의 고귀한 이상을 실현키위해 노력했으며, 한미양국의 우호관계유지에 있어 「중요한 교량역할」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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