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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with] 조권의씨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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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피부 참 곱네.”“원래 중년이 아름다운거야.” 서로의 피부를 매만지며 활짝 웃습니다. 스킨십에 더 친밀해지고 심지어 잠시나마 사랑에 빠지게 됐다는 조권의씨(왼쪽). ‘오늘 저녁 내가 쏜다’ 김영기(49)씨도 싫지 않은 내색입니다.

'벌써 휴가 갔다 왔니'라는 오해는 차라리 애교였다. 검은 피부 탓에 '깜시'란 별명을 어릴 적부터 달고 다녔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Hello'라고 말을 건넸을 땐 차라리 숨고 싶었다. "그래도 교통단속에 걸렸을 때 가만히 있으면 외국인인 줄 알고 그냥 가라고 하더라"며 웃는 독자 조권의(39)씨. 뭔가 방법이 없을까. W호텔 '프리베' 메이크업 아티스트 헬렌씨를 찾아갔다. 섭씨 25도. 때 이른 더위에 조씨의 얼굴은 더 어두워 보였다.

정리=이진수 기자<torch@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지성피부로 살아온 20년 = "건성피부라고요?"

20년간 화장하면서 지성피부로 알고 있었다. 여름만 되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싫어 로션도 안 발랐다. 얼굴에 자주 나는 뾰루지는 지성피부임을 의심치 않게 했다. 그런데 헬렌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건성피부란다. "불편하면 로션은 안 발라도 돼요"라며 "다만 건성피부라 수분공급 스킨은 꼭 바르세요"라고 충고부터 앞선다. 그래도 멜라닌과 기미가 적고 피부도 건강한 편이라고 한다.

뽀얀 피부는 대부분 여성들의 바람. 그래서 화장을 바르는 게 아니라 덕지덕지 붙이는 경우가 많다. 주근깨나 점 등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며 멋을 부리는 외국과는 사뭇 다르다. 헬렌이 그런 의미에서 내게 스모키 메이크업을 제안한다. 스모키 메이크업은 회색이나 청색 계열의 색을 이용, 눈 주위를 차분하면서도 섹시하게 표현하는 것. 내 검은 피부의 장점을 살리고 눈에만 포인트를 주자는 것이다.

우선 화장을 지웠다. 맨 얼굴이 그리 민망할 수가 없다. 발가벗은 느낌도 잠시, 헬렌이 메이크업 베이스 대신 프라이머를 추천한다. "메이크업 베이스처럼 색깔을 띠지 않아 투명하게 색조 화장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어 좋아요."

역시 화장은 과학 = "화장할 땐 뭉치거나 경계가 생기지 않게 잘 펴주는 블렌딩이 가장 중요합니다." 헬렌의 설명이 이어진다.

파운데이션할 땐 다크서클에 자신의 피부 톤보다 밝은 색을 사용한다. 그래야 얼굴 전체가 비슷한 톤이 된다. 또 다른 포인트가 바르는 요령. 솔을 세워서 긁듯이 묻혀준 뒤 스펀지 등을 이용해 부드럽게 편다. 이는 아이 프라이머도 마찬가지다. 단 이마와 콧등이 이어지는 T라인과 광대뼈 등은 밝게 해준다. 그래야 얼굴 윤곽이 잘 나온다. 바르는 요령은 좌우로 비비면서 위아래를 훑어준다는 점. 무심코 위아래로만 문지르면 경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화장은 역시 과학이네요." 감탄하는 내게 헬렌이 파우더 요령도 일러준다.

파우더를 묻힌 퍼프를 반드시 비틀거나 손등에 묻히란다. 그래야 뭉치지 않는다. "파우더를 많이 바를 필요가 없어요. 적은 양으로 얼마나 잘 펴주느냐만 신경 쓰세요." 많이 바르면 좋은 줄만 알았다. 20년 습관이 부끄러웠다.

마흔 즈음, 여자가 새로 태어날 때= 이제 스모키 메이크업의 핵심인 눈화장 순서. 50여 가지 아이섀도 팔레트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던 헬렌은 푸른 빛이 감도는 회색을 선택했다.

"눈을 뜰 때 쌍꺼풀이 생기는 부분까지만 펴세요."

아이라인을 그린 뒤 과감하게 위로 편다. 어색해 두려운 것도 잠시, 눈에 세련된 빛이 감돈다. 작은 포인트 하나가 평범한 아줌마를 섹시한 여자로 바꾼다는 사실에 놀랐다. 헬렌이 자신만의 요령을 또 알려준다. 아이래시컬러를 따뜻하게 할 것. 눈썹이 더 잘 올라간다. 마스카라할 땐 딱딱한 종이를 눈두덩과 속눈썹 사이에 놓을 것. 그래야 이마에 묻지 않고 편하게 바를 수 있다.

"자, 이젠 웃으세요." 볼 터치는 웃을 때 튀어나온 부분에 해야 한단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이렇게 쉬운 것을. '세련된 화장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는 헬렌의 말에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 눈에 포인트를 줬기 때문에 입술은 연한 색상으로 했다. 립 라인도 그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만 편하게 바른다.

"자연스럽게,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포인트를 주는 것이 요즘 경향이에요."

어느 새 거울 속 검은 피부는 매력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이 낯설어도 사랑스러웠다. 감추고 싶은 것은 내 피부가 아니었구나. 화장을 고치며 비로소 나를 찾았다. 마흔 즈음에.

헬렌이 제안하는 '메이크업 이렇게'

기초화장

순한 클렌징 제품으로 부드럽게 : 두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클렌징. 마구 문지른다고 깨끗해지는 게 아니다. 지성피부라도 순한 제품을 사용할 것.

수분 공급은 눈과 그외 부분을 따로따로 : 클렌징 뒤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눈 주위는 다른 피부와 달리 지방 함유량이 적어 아이크림은 꼭 별도로 챙길 것.

색조화장

화장도구는 자신이 편한대로 : 많은 화장도구는 중요하지 않다. 화장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일 뿐. 스펀지, 솔, 손가락 등 편한 것을 사용.

메이크업 그 자체로 즐겨라 : 행사나 외출시에만 화장할 필요가 있을까. 화장은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평소 스타일에 집착하지 말고 아이섀도 색깔만이라도 조금씩 바꿔 보자.

화장품 고르는 법

기초 및 색조 화장품 : 스킨, 로션, 에센스 등은 피부 관리에 중요. 자신의 피부 타입에 따라 꼼꼼하게 따져 보고 비용을 조금 더 들여도 좋다. 반면 색조 화장품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저가 제품을 구매해도 좋다.

선블록 : 자외선A와 B를 모두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인지,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할 것. 자외선B 차단 지수인 SPF는 30 이상은 되어야 하며 자외선A 차단 등급인 PA는 가장 높은 등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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