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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3년 만에 가을 구경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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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무색무취’ 두산이 3년 만에 가을 잔치 구경꾼이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다. 송일수 감독 책임론도 상당하다. 김인식·김경문 등 전 감독들과 달리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진은 두산 주장 홍성흔. [중앙포토]
송일수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또다른 승자였다. 눈 앞의 우승컵을 삼성에 내줬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산만의 끈끈한 야구를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미라클 두산’을 볼 수 없었다. 시즌 종료를 일주일 남겨두고 4강 경쟁에서 탈락했다.

 두산은 지난 11일 잠실 라이벌 LG에 2-15로 졌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2011년 이후 3년만에 가을 잔치 구경꾼이 됐다. 최근 10년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건 2006년과 2011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 번 뿐이다.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이날 4회 초 LG가 스퀴즈 번트를 두 차례 연속 성공시키자 쿠바 출신 투수 마야는 양상문 LG 감독을 향해 스페인어로 욕설을 했다. 급기야는 가운뎃손가락까지 세웠다. 이 때문에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는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졌다. 마야와 두산 관계자는 이튿날 양 감독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실력 뿐 아니라 매너에서도 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올시즌 야구 전문가들은 대부분 두산을 4강 후보로 꼽았다.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김선우·임재철(이상 LG), 최준석(롯데)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전력 누수가 크지 않다는 평가였다.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운 민병헌과 김재호·정수빈 등이 좋은 활약을 했다.

 두산 몰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마운드 붕괴다. 니퍼트(14승7패·평균자책점 3.81)와 유희관(12승9패·평균자책점 4.46)을 제외하고 대부분 부진했다. 선발을 맡았던 노경은과 볼스테드는 기대 이하였고, 불펜진은 과부하에 시달렸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5.49(6위)로 타선이 5~6점을 내도 더 많은 점수를 내주는 일이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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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수(64)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 부호가 달렸다. 시즌 중반 일어난 ‘번트 논란’이 대표적이다. 두산 팬들은 ‘경기 초반 번트 지시가 잦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송 감독은 “번트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사실은 그렇게 많이 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두산은 9개 구단 중 세 번째로 적게 번트를 댔다. 하지만 팬들의 눈에는 ‘화끈한 야구’로 비쳐지지 않았다. 과거 선 굵은 야구를 펼친 김인식 감독이나 ‘두산 육상부’로 대표되던 김경문 감독의 기동력 야구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투수 운영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에이스 니퍼트는 오른쪽 견갑골 근육이 굳어지는 증상을 앓고 있다. 그러나 니퍼트는 올 시즌 구원투수로 나서거나 휴식일을 줄이고 등판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결국 지난 8월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승을 거둔 노경은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3승14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3년 계약을 한 송일수 감독은 내년에도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산은 지난해 계약기간이 1년 남았던 김진욱 감독을 사실상 경질한 적이 있다.

 ◆두산, 4위 LG 발목 잡아=두산은 12일 경기에서 LG를 6-1로 이겼다. LG는 이날 패배로 5위 SK에 2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LG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자력으로 4위를 확정지을 수 있다. 삼성은 KIA를 8-4로 꺾고 5연패에서 벗어나며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롯데는 한화에 4-2로 승리했다. 한화는 9위가 확정돼 3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썼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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