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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전하는 배제중고 교지활용싸고`공방`|도심공간 확보·덕수궁경관위해 5층이상은 못짓는다…서울시|주변에 키다리건물 이미 수두룩 제값받아야 교실신축…배재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백년 역사의 명문사립 배재학당(재단이사장 직무대행 신봉작·82)이 배재중·고등학교 (서울정동34)의 강남이전에 따른 교지활용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5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하고있다.
더구나 이 실랑이에는 문교부와 사학재단연합회가 배재편을, 건설부가 서울시편을 각각 들고나서 10여차례나 건의·진정·청원·협조요청·회시가 오가는등 결말없는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배재측이 5년동안 끌어온 학교이전을 매듭짓기 위해 지난7월 서울시교육위원회로부터 교지이전승인을 받아 서울강동구명일동30일대 1만7천평의 부지를 확보한뒤 이전자금을 마련하기위해 현교지를 매각하려는데서 빚어졌다.
배재는 현교지 7천9백28평가운데 운동장부분4천여명을 팔아야 학교이전과 배재대학(대전)시설자금등 80억원을 조달할수 있어 원매자(원매자)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에앞서 지난5월▲4대문안 학교이전 적지(적지)는 도심공간으로 확보해야하며▲남산·북악의 시계차단을 막고▲덕수궁·정동교회등 문화재보호를 위해 이지역 신축건물의 높이를 5층이하로 제한, 싯가대로 처분할수 없도록 찬물을 끼얹은 것.
7월이후 지금까지 4차례나 서울시에 건축제한을 풀어달라는 요청을해온 배재는 그때마다 『학교이전적지 활용방안은 도심공간확보를 위해 신중히검토중이며 세부계획확정때까지 건축을 제한한다』『관계부서와 협의중으로 도시개발차원에서 잠정적으로 건축이 제한된다』는 비슷한 내용의 답변만 거듭 들어왔다.
배재측은 덕수궁·정동교회주변에는 이미 정동빌딩(17)광학빌딩(15층)풍전빌딩(8층)법원(9층)검찰청(15층)등 고층건물이 들어서 시당국의 문화재보호를 위한 건축고도제한은 이지역의경우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교부도 이에대해『사학은 이전적지를 매각한대금으로 부지매입·교사건축등 이전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전적지활용에대한 건축상 각종제한이 강화될 경우 매각에 차질을 빚어 이전을 포기하게 되므로 정책수립에 이 점을 고려하여 별도의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정태수차관 이름으로 서울시와 건설부에 보냈다.
또 사학재단연합회측도 지난달중순『당국이 인구소산책으로 도심학교의 외곽이전을 종용하면서 지원을 해주기는 커녕 각종제한으로 길을 막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며 사학을 존폐위기로 몰고가는것』이라고 서울시에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건설부는『녹지나 공원등 쾌적한 공지확보가 시급하며 학교 이전적지에 대한 건축제한조치는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당연한것』이라고 서울시를 두둔, 이 싸움은 관계기관끼리도 팽팽히 맞선채 해를 넘기게 될것같다.
1885년 김옥균이 고종에게 학당설립을 품의, 미국선교사「아펜젤러」가 세운 배재학당은 내년으로97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교육시설이자 가장 오래된사학(사학).
1916년과·1920년에 지은 동서(동서)교사등 2개의 목조건물이 지금도 교실로 쓰여지고 있으며 재학생은 중30, 고등36학급등 66학급에 4천3백명.
5만여명의 졸업생가운데는 이승만박사를 비롯, 여운형 조병옥 주시경 김소월 안재홍 신흥우선생등 구한말의 계화운동, 일제하의 독립투쟁, 대한민국건국등에 이바지한 수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서재필선생이 교편을 잡기도했으며 1896년 4월7일 우리나라 최초의독립신문이 인쇄된 곳도 바로 이학교 지하실이었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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