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방] 초등 논술, 평생을 좌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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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도 서술.논술형으로 시험을 보고 서울대가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이 술렁이고 있다. 사실 일본식 암기.객관식 풀이교육에서 미국.유럽 선진국형 토론.논술교육으로 교육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논술,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 아이, 논술 어떻게 해야 하는가'인 것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교육상품에서 창의력.사고력 등 논술과 관련된 단어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는 고민한다. 마음으로야 창의력.사고력을 길러주고 싶은데 현실은 대학입시가 훨씬 중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2008년도 새 대학입시안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러한 부모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면이 있다. 심층적인 이해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발표력, 쓰기 능력이 뛰어난 '심층 종합형 수재'가 대학 가기에 유리해진 것이다.

내신과 수능의 몇 점 차이가 예전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등급제가 되면 같은 점수로 취급된다. 물론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의 내신과 수능 점수는 거의 비슷하다. 그 결과 당락의 관건은 논술과 구술면접이다. 정말로 토론.논술교육으로 길러진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암기식 문제 풀이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창의력과 사고력은 암기.주입식 교육으로는 결코 길러질 수 없다. 프랑스나 미국 등의 경우처럼 토론.논술교육만이 그것을 길러줄 수 있다.

암기.주입식과 토론.논술 교육의 갈림길에서 왔다갔다 한 지난 몇 년간 고교 논술은 얼치기 논술 흉내내기에 불과했다. 족집게 과외처럼 고전 다이제스트를 달달 외우는 것은 논술을 빙자한 '암기교육 + 쓰기 기술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논술을 해야 할 때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속적인 창의력 기르기, 논리적 토론, 비판적 쓰기'를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적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복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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