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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 다친 기면증 군인 유공자 인정 "업무 조정 해줬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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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면증 환자인 군인이 산악 훈련 중 졸다 다친 것은 군 책임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조용구)는 배모(32)씨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처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고등학생 때부터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는 기면증세가 있던 배씨는 2002년 육군에 입대한 뒤 하사로 임관해 복무했다. 배씨의 군생활은 잠과의 싸움이었다. 교육시간에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들었고 행군 중에도 졸다 자주 넘어졌다. 하지만 입원이나 치료는 거부됐다.

배씨는 2006년 9월 산에서 야간훈련을 하던 중에도 깜빡 졸아 바위에 걸려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귀를 다치고 치아도 손상됐다. 고막이 파열됐고 손목에도 만성적인 통증이 찾아왔다. 배씨는 군 공무 수행 중 부상이라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대는 배씨가 기면병 증세를 보이는데도 치료를 받게 하거나 업무량을 조정하지 않았다”며 “적절한 배려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훈련을 받거나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훈련 중 사고가 입대 전부터 앓던 기면병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부상과 공무 수행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보훈청의 국가 유공자 비해당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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