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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밥상을 호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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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유통업체 양곡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가 잡곡 매대에서 포장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도시락 잡곡 검사' 이 말을 들으면 학창 시절 추억을 아련히 떠올리는 중.장년층이 많을 것이다. 1960~70년대 당시 선생님은 학생들의 도시락을 일일이 열어 쌀과 보리의 비율을 엄하게 따졌다. 쌀이 귀하던 시절 정부가 혼식을 장려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정부가 강제로 먹게 했던 잡곡을 요즘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찾아 먹는 세상이 됐다. 잡곡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잡곡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잡곡은 거칠어 씹기 어렵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미리 물에 불리거나 두 번 익히는 등 조리 과정이 번거롭다. 벌레가 쉽게 생기는 것도 단점이다. 많은 사람이 잡곡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먹지 못하고 있는 게 이런 단점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잡곡의 싹을 틔운 발아 곡류 제품과 각종 잡곡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는 제품이 선보이면서 소비자가 좀 더 편리하게 잡곡을 즐길 수 있게 됐다.

CJ㈜는 지난해 출시한 '햇반 수 미곡 발아흑미''햇반 수 미곡 발아현미'에 이어 '햇반 수 미곡 발아오곡''햇반 수 미곡 12혼합곡'을 선보였다. '발아오곡'은 영양가가 풍부한 현미.보리.흑미.콩.수수 등 다섯 가지 곡류를 발아시킨 뒤 플라스틱병에 담은 제품이다. 싹이 트면 영양이 풍부해지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CJ 측은 2년간 연구 끝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12혼합곡'은 각종 잡곡을 쌀 크기로 잘라 요리해서 먹기 쉽게 만들었다. 농협유통의 '황토지장수 17곡'과 '황토지장수 21곡'은 각각 17가지, 21가지 잡곡을 섞어 만든 제품이다. 황토성분이 들어간 물로 미리 씻었기 때문에 씻거나 불리지 않아도 된다.

혼합잡곡 전문회사 푸르메가 선보인 '식탁 위의 검은 건강'은 찰흑미.진흑미.흑태.서리태 등 11가지 검은색 잡곡을 넣은 제품이다. 흰쌀과 검은 잡곡을 7대3의 비율로 섞어 지으면 구수한 밥맛이 난다고 한다. 두보식품의 '청결 오곡밥'은 적두.수수.찹쌀.서리태.흑미찹쌀 등 국내산 오곡으로 만들었다. 오곡밥을 짓거나 약식을 만들 때 편리하다. 광복농산의 '우리 혼식 12곡'은 현미.흑미의 비율이 높아 먹는데 큰 부담이 없다. 이 밖에도 CJ.농심.동원.오뚜기 등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발아현미와 발아흑미 즉석죽.즉석밥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상은 설.추석 명절 때마다 '순창고추장 찹쌀 발아현미'란 기획 상품을 판다. 황토방에 띄운 메줏가루에다 찹쌀 발아현미, 꿀 등을 넣은 최고급 제품이다. 3㎏ 짜리 1개 가격이 14만5000원.

또 밀가루 대신 잡곡을 재료로 한 가공 식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오미오미 누룽지'는 현미.밀.율무.땅콩.대두 등 오곡으로 만든 비스킷이다.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은 밀에다 옥수수.귀리 등을 넣고 반죽한 뒤 유채씨 기름으로 튀겨 낸 과자다. 편의점 GS25에선 올해 초 출시한 검은깨로 밥을 버무린 '블랙 삼각김밥'이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CJ의 '흑미 물냉면'과 '흑미 비빔냉면'은 100% 국내산 쌀로 면을 만들었고 흑미가 들어있어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고 면발도 쫄깃쫄깃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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