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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생활불행은 남과 비교해서|생명의 전화 주최, 부부생활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당신만이 문제와 고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심하고 763-9191다이얼을 돌려주십시오』복잡한 인생문제와 고통, 위기를 상담해주는「생명의 전화」주최 시민공개토론이 작가박완서씨를 초대, 「부부생활은 이렇게」라는 주제로 4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주제는「성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라는 81년도 대주제 가운데 「성교육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순결은 지켜야 하는가」「결혼합시다」와 관련된 마무리 작업으로 시도된 것이다.
24시간 상담을 받고 있는「생명의 전화」는 주부와 고교생들에게 많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주된 상담내용은 주부들에겐「성·가정문제·부모문제」가, 고교생들에겐 「이성교제·진학·가정불화」등으로 집약된다.
특히 부부생활에 있어 갈등의 시발이「성생활의 만족도」에 달려있다고 호소하는 상담내용이 급증한 현실은 성의 문제가 이제는 개방적으로 밝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바 크다.
전화상담에 나타난 부부생활의 문제점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결혼초기의 부부생활에서는▲남편이 지방출장을 가고 없을 때 아내의 성적 충동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나▲남편의 외박은 외도와 관련시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성적인 욕구를 서로가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결혼한지 10년정도 지난 주부들은▲남편이 다른 여자와 깊은 관계에 있다. 아이도 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책임져야되는가▲아이들이 있다고 해서성격이 맞지 않는 남편과 계속 살아야 되는가▲남편이 아닌 다른 정신적인 지주가 될 누군가가 생기길 늘 기대하고 있다는 등 자식들에 대한 실망과 남편에 대한 권태등이 고민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사로 나온 박완서씨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생활정보를 접하며 지낸다. 그러나 부부생활만은 다른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해서 그 방법을 그대로 본받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독창적인 것이 부부생활이듯이 남의 행복의 비결이 내 지혜가 될 수 없고 내 나름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이상적인 표준화된 본보기를 만들어 놓고 「사랑받는 아내」「행복한 부부생활」이라는 기성복은 더 이상 만들어 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부생활은 인연에 따라 새로운 시작의 각오도 필요하고 극복의 인내도 필요하다.
『저사람은 저런데 왜 당신은…』『저 집은 여자가 능력이 있어서 남편출세도 시키는데 그저 당신은…』식의 비교에서「모든불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종노구평창동에 사는 40대후반의 한 주부는『담뱃불로 지지고, 허리를 못쓸 만큼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꼭 살아야 되겠느냐』고 호소하면서『아내는 어머니가 아니고 입안의 혀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부부간에 성적으로만 만족할 수 있다 해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을 덮어두고 남은 삶을 비끄러 맬수는 없지 않겠느냐. 도저히 맞지 않는 남편과의 인연을 풀고 다시 시작하는 여자들도 보란듯이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바람직한 부부생활의 조건은 육체적·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과정으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심각성과 은밀함 때문에 명료한 컴퓨터식 대답은 정의 될 수 없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앞으로의 노력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소극적이긴 하나 가장 확실한 방법인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성교육과 부부학을 교육시키는데 힘써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속성을 조화시키기 위해선 남자는 가해자,여자는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으로 교육시키고 있지 않나 하는 가정교육의 반성▲남자답다는 것이 폭력과 동일시되어 진정한 용기와 폭력이 혼동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 것▲아내에게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모정을 그대로 기대하는 심리적 미숙아가 되지 않도록 교육시킬 것 등을 제시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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