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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사고시 경남고성까지 오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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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질의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리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90㎞ 떨어진 경남 고성까지도 방사능물질로 심하게 오염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범위인 3~30㎞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비상계획구역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10일 기상청 국감을 통해 기상청이 제출한 "동아시아 방사능 물질 확산 예측 모델 개발" 보고서에 수록된 고리원전 방사능 확산 예측 모델링(가상 모의) 결과를 최초 공개했다. 이번 확산 모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 적합한 예측 모델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면서 지난 3월 개발됐다.

이번 모델은 고리원전 부지(부산 기장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가정하고 대표적인 배출 물질인 세슘-137, 방사성 요오드-131 배출량을 후쿠시마 사고 초기 배출량과 같은 값으로 가정했다. 또 방사능물질 최고 분출량을 초당 1000 기가 베크렐(GBq/s)로 설정하고 2010년 3월 17~18일 이틀간(48시간)의 기상조건으로 가상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고리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 입자는 최초 누출 후 13시간까지는 남서풍에 의해 북동쪽 동해상으로 확산하다가 그 후 북서풍에 의해 남동쪽으로 확산하면서 결국 이튿날에는 일본 큐슈의 서쪽 해안에 다다르게 된다. 그 후 계속되는 북서풍에 의해 규슈지방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 1시간 후에는 발전소에서 남서쪽으로 7㎞ 지점에 있는 기장군 일광면에서는 공기 1입방미터당 543베크렐(Bq/㎥)의 농도값이 나오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면 발전소에서 서남서쪽 90㎞ 떨어진 경남 고성군에서는 공기 1입방미터당 1079베크렐(Bq/㎥)의 최대 농도가 나오는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3~30㎞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세 배나 벗어난 지역까지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표면에 쌓이는 농도 중 가장 최고치는 발전소 사고 7시간이 지난 뒤 발전소 부근에서 나타나는데 1평방미터당 6만3700 베크렐 (Bq/㎡)이다.
장하나 의원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설정된 30㎞의 3배가 넘는 경남 고성군까지 고농도의 방사능물질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방사능 비상방재계획을 재편하고 비상계획구역 설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모델링을 통해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이 형성되는 제트기류에 의하여 확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리원전 사고시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이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규슈지역에 영향을 미칠 때도 고도 10㎞ 이상이 넘는 제트기류를 통해 확산하기보다는 고도 3㎞ 이하의 기압의 영향에 의하여 방사성물질이 수송된다는 것이다.

또 방사능물질 확산에서 편서풍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기압과 지형조건 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방사능 확산이 이루어짐을 가상 모의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장 의원은 "2011년 3월 16일 당시 기상청에서 '후쿠시마와 우리나라는 거리상 1000㎞ 떨어진 곳이다. 이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물질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건너오지 못한다'라고 국민에게 설명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번에 동아시아 방사능확산 모델링을 개발하였지만 아직 방사능 방재시스템에 활용하고 있지 않고 우리나라 기상조건과 맞지 않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모델을 활용하여 방사능 확산 예측에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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