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개각후의 한일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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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7월 일본에서 「스즈끼」(영목선행)내각이 탄생한것은 일종의 정치적인 우연같이 보였다. 그때 「나까소네」(중백근강홍)와 「고오모또」(하본민부)가 벌인 자민련총재경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결과 「스즈끼」가 안협후보로 나서서 총재자리를 맡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스즈끼」내각은 잠정내각의 성격을 떠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스즈끼」수상은 집권 16개월만에 독자적인 정치기반을 강화하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하여 지난달 30일 내년1l월의 당총재선거에서의 재선까지를 염두에 두는 2차내각을 발족시키게 되었다.
새 「스즈끼」내각과 당3역이 모자이크같은 당내 각파벌의 세력안배로 성립되긴 했어도 「스즈끼」수상의 위치는 나라안팎으로 그 면모를 새롭게 하게되었고, 일본정국은 일만 안정궤도에 올라섰다고 평가할수 있겠다.
2차 「스즈끼」내각의 탄생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특히 60억달러 안보경협의 교섭에서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거듭하여 한일관계에 심각한 마찰을 빚는데 크게 한몫 차지하던 「소노다」(원전직)외상이 물러나고 후임에 지한파로 알려진 「사꾸라우찌」(앵내의웅)가 임명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책방향까지는 몰라도 외교스타일의 변화는 기대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즈끼」수상 자신이 개각후의 기자회견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조속히 실현시키고 싶고 한국의 발전과 안정이 아시아평화에 중요하다고 말했고, 「사꾸라우찌」외상은 『미국과는 안보체제를 기반으로, 한국과는 국민적 기반위에서 긴밀한 관계를 수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꾸라우찌」외상이 말하는 「국민적기반」이 우리가 강조하는 「지역안보의 기반」과는 거리가 먼것은 사실이지만 「소노다」의 말썽 많던 과거지향적인 자세에 비하면 전진적인 입장이라고 할만하다.
일본의 자민당은 하나의 정당이라기보다 여러정파의 연합세력같은 성격이고 정책수립기관인 당3역과 정책집행기관인 내각은 각파의 균형위에 존재하고 실제로 정책의 추진을 주도하는 세력은 관료체제다.
따라서 개각으로 일본의 대한정책이 하룻밤사이에 개선될 것을 기대할수는 없는 일이다. 뿐만아니라 우리는 「사꾸라우찌」외상이나 「아베」(안배진태낭)포산상이 「친한파」라고 강조하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직도 석의의 외교에 기대는 습성을 못버린 탓이다.
설사 「친한파」라 해도 그들은 일본의 정치인이요 각료다. 그리고 그들이 「친한파」임을 강조하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나 한국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우리는 「스즈끼」내각이 이제는 잠정아닌 독자내각이라는 사실, 그리고 부질없은 극언으로 한일관계를 긴장시키던 「소노다」대신 「사꾸라우찌」가 대한교섭의 주역을 맡게되었다는 사실에 조심스러운 기대를 걸고 싶다.
「사꾸라우찌」외상은 이달중 서울을 방문하여 한일외상회담을 열어 현안문제에 관한 실무자접촉을 재개할 예정이다. 외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일정상회담의 조기보현도 기대해볼만하다.
우리는 2차 「스즈끼」내각이 한일교섭의 선수교체를 계기로 대한안보경협과 무역불균형같은 급한 현안문제에 종전보다 거친적이고 대승적인 자세로 접근할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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