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제보 덕에 범인 103명 잡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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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인터넷 카페 ‘범죄사냥꾼’ 운영자 이대우 경위(中)가 27일 서대문경찰서 사무실로 찾아온 회원 김경호(左).황미정(右)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용철 기자

'강도살인 5명, 강도상해 1명 등 24건의 범죄에 연루된 103명 검거.'

포털 사이트 다음의 '범죄사냥꾼' 카페(cafe.daum.net/tankcop.이하 '범사')가 지난 5년간 올린 '전적'이다.

이 카페를 만든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6팀장 이대우(39) 경위는 "회원들 덕분에 많은 사건을 해결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지난달엔 훔친 휴대전화를 중국으로 밀수출하려던 5인조를, 3월에는 둔기로 사람을 때리고 지갑 등을 훔치는 일명 퍽치기 일당을 카페 회원들 덕에 체포했다. 휴대전화 절도 5인조는 인터넷 범죄카페를 모니터링하던 '범사' 회원에게 발각됐고, 퍽치기 일당은 범죄카페에 접속한 또 다른 회원에게 채팅으로 범행 공모를 제의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요즘은 범죄카페에서 공범을 모집하는 강력 범죄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네티즌 한 명의 제보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거죠."(이 경위)

'범사' 회원들은 1년에 네번 정기모임(정모)을 연다. 2만여명의 회원 중 정모에 나오는 사람은 매번 50명쯤 되는데 그 중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여자라고 범죄에 관심이 없으란 법 있나요. 오히려 범죄 피해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 보니 관심이 더 많이 가는 것 같아요." 판소리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황미정(23)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현장체험'의 일환으로 인천에서 특수강도범 체포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황씨는 "음악하는 사람이 웬 범죄 현장에 가느냐고 부모님이 걱정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더 재미를 붙여 지하철을 타도 성추행하는 사람이 없는지, 행동이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고 했다.

'범사' 회원 중엔 간혹 교도소에 수감됐다 출소한 이들도 있다. 카페 활동을 통해 새 삶을 찾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경찰을 꿈꾸었던 회원들도 많다. 보험회사 직원 김경호(30)씨는 5년간 범죄현장만 50여번을 다녀왔다. "평소 생활하다 현행범을 잡을 수도 있으니 형사들이 하는 걸 잘 봐두고 싶었다"는 것이다.

26일로 카페 개설 5주년을 맞은 회원들은 28일 난지한강시민공원에 모여 자축행사로 체육대회를 연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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