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개발㈜ 소송 준비 파장] 행담도 개발 좌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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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충남 당진의 행담도에서 해양복합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진=강정현 기자

청와대가 행담도 개발 사업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나서면서 행담도 개발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라면 행담도 개발 사업은 더 이상 정부의 지원 없이 공동사업자인 한국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이 협의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공과 행담도개발㈜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 제공 등 계약이행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행담도 개발은 매립지에 복합 레저타운을 건설하기 위해 연말까지 3억 달러를 마련해야 하는데 양측의 이견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행담도개발㈜ 관계자는 "도공의 계약 불이행 사태를 (정부가) 중재해 달라고 요구한 ECON 회장의 항의서도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며 "결국 양사 간 이해 관계를 따지는 절차를 밟는 순서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1999년 도공과 체결한 협약서에 따라 국제중재에 맡기겠다는 얘기다. 협약서에는 양측이 분쟁이 생길 경우 중재 관할은 뉴욕이나 런던 중 한 곳에서 하게 돼 있다. 행담도개발㈜ 측은 "현재 국제 변호사 등과 협의해 산출한 요구액은 38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기존에 투자된 자금과 함께 위약금, 미래가치에 대한 보상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와 도공이 함께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자료부터 모든 자료를 축적해 놓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도공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분쟁이 생길 것에 대비해 소송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쪽은 도공이다. 도공 관계자는 "정부 고위층의 입김이 사라진 만큼 (사업이) 더 투명하게 잘 추진되지 않겠느냐"면서 "우리는 계약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3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는 데 담보를 제공할 의사는 없다"면서 "사업타당성 결과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하는 등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식 선매수 계약'을 두고 특혜 논란이 벌어지고, 외자가 제대로 유치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도공의 생각대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공 측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99년 맺은 계약을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행담도개발㈜ 측은 "99년 맺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도공이 3억 달러어치의 채권 발행을 위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개발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공 관계자는 "(행담도개발㈜이 계약을 변경해 주지 않으면) 현재로선 계약을 지속할 방법이 없다"며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양측의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도공 측이 유리한 입장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그는 "매립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 등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이 있고, 외국에서 재판이 열리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소송 결과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행담도개발㈜과 도공이 갈등을 풀지 못할 경우 좌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도공은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한다. 사업이 지속되더라도 도공은 행담도개발㈜의 최대 주주(90%)인 EKI(싱가포르 ECON의 한국법인)에 끌려가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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