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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풍경] 공부와 담 쌓은 뻔뻔한 상아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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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프랭크 퓨레디 지음, 정병선 옮김
청어람미디어, 1만2000원

"대학생들이 책을 한 권도 안 읽고 한 학기를 마칠 수 있다"

지난 2001년 영국 켄트대 교수인 저자는 선데이타임스 신문에 칼럼기고를 하면서 지적 수련과 담 쌓은 대학 내 학문 풍토를 향해 이같은 일갈을 했다. 저자가 놀란 것은 그 다음. 한 대학 당국자가 항의 메일을 보냈는데, 반박이 이렇다.

"고등교육에서 책이란 볼 수도, 안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따라서 선택적 수단에 불과하다…." 항의 메일을 보낸 사람은 대학이 무엇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가르쳐야한다는 논리이고, 이 과정에서 취업 훈련소로 전락하는 풍토를 '능동적 변화'요 대학경영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셈이다.

이 책의 부제는 '21세기 무교양주의에 맞서다'. 뻔뻔한 무교양주의자(philistine),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공격하는 목표다. 저자가 보기에 요즘의 대학은 전문대학 역할을 대신하려고 덤벼든다. 비유컨대 그것은 건강에 대해 종합적인 성찰을 해야하는 종합병원(대학)이 보건소가 되려고 떼쓰는 것과도 같다. 대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이런 풍토에서 '대학의 맥도날드화'현상은 누구의 저지도 받지않고 있고, '대학=진리탐구의 공간'이란 주장은 철지난 소리로 치부된다. 저자의 입장은 18~19세기 계몽주의. '좋았던 고전시대'로 그 때를 상정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와는 문화적 거리가 없지 않지만, 요즘 한국사회와 기본적인 분위기는 너무도 똑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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