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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까지 탐지…「007」빰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최대의 달러 증발사건이었다. 치안본부와 미국FBI, 영국로이드보험회사조사관등의 1차 수사결과 증발된 돈은 미국뉴욕의 리퍼불릭내셔널뱅크에서 케네디공항까지 (자동차로 40분 거리) 운반도중 또는 운반 전에 범인들의 치밀한 작전계획에 의해 가짜돈과 바꿔치기 한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범인들은 문제의 돈이 얼마짜리로 어떻게 묶여지고 어떤 행낭에 얼마씩 나주어져 몇 부대에 나뉘어 어떻게 봉인됐는지를 사전에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 수사진은 범인들이 한국외환은행에서 암호로 송금 요청한 전문까지도 미리 입수, 해득해 범행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증발>
이 돈은 지나11일 상오2시쯤 (현지시간) 아모드익스프레스 용역회사에서 나온 무장호송원 3명에 의해 은행으로부터 공항에 실려갔으며 KAL097편 정보화물기 기장인 최정만씨(47)에게 기내에서 인계됐다. 이때 부기장 곽진호씨도 있었다.
최기장은 평소 경험했던 현금수송이어서 이 돈 행낭의 고유일련번호와 인수증의 번호를 대조하지 앉은 채 5개의 행낭 납봉인만 확인, 인수증에 사인하고 조정실 기장실에 실었다.

<케네디공항>
이때가 비행기가 이륙하기 10분전이었다. 이 행낭은 두터운 직물로 된 것으로 한 손으로 들만한 무게였으며 빈틈없이 봉해진 행낭의 윗부분에는 납으로 봉인이 있었고 리퍼볼릭내셔녈 뱅크의 일련번호가 찍혀있는 것이었다. 최기장은 현금을 호송한 미국용역회사 요원들로부터 이 행낭을 인수할 때 행낭의 화물 고유일련번호 66959211을 확인하지 않은 실수를 법했다.

<페어뱅크스 공항>
최기장은 비행기를 예정대로 이륙시켰고 재급유를 받는 알래스카의 폐어뱅크스공항에 12일 0시30분 도착했다.
페어뱅크스 공항은 미 국내선 전용비행장으로 태평양 연안도시 앵커리지로부터는 북쪽으로 6백km쯤 떨어진 곳. 최기장과 곽진호부기장·주삼덕운항기관사 등 조종팀은 이곳에서 대기중이던 교대팀인 기장임동선씨(53), 부기장심승보씨, 운반기관사 이무경씨에게 이 현금 수송작전을 연계했다.
교대는 조종실에서 이뤄졌다. 약50분 동안 급유가 진행되는 동안 공항소속 서비스카가 기체에 접근, 기내식을 넣고 미 청소 용역회사원들이 조종실청소를 하는 공항서비스가 이뤄졌다.
임기장등은 예정대로 상오5시30분 비행기를 이륙시켜 서울로 향했다.

<김포공항>
비행기는 8시간의 비행끝에 12일상오9시40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연락을 받고 김포공항화물터미널에 대기중이던 외환은행직원 3명과 은행측에서 동행한 무장 청원경찰이 임기장에게 인수증을 써주고 행낭 5개를 인계 받았다.
이들은 현금 호송차를 타고 기체바로 밑에까지 들어갔으며 행낭을 실고는 곧바로 을지로입구 외환은행 본점으로 갔다.

<현금확인>
상오10시30분쯤 외환은행 외환부사무실에서 5개의 행낭중 1개를 열어 거꾸로 쏟았을 때 떨어진 것은 돈처럼 묶은 종이 뭉치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현장에 있던 행원들은 깜짝 놀라 한때 소동을 벌였으며 정신을 가다듬은 은행측은 즉시 나머지 행낭의 개봉을 중단했다.
이 사질은 즉각 은행고위층에 보고되고 당초 송금을 의뢰했던 리퍼블릭내셔널뱅크의 홍콩사무소에 연락했다.
사건은 서울 중부경찰서에 신고되어 치안본부의 사범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홍콩사무소는 미국 리퍼볼릭내셔딜뱅크 본사로 즉시 이 사실을 보고하는 한편 탁송금의 보험회사인 영국로이드사에 연락했다.
미은행 홍콩사무소 부소장 「앤더슨」씨가 13일 서울에 도착, 이미 개봉된 행낭과 그때까지 손을 대지 않고 보관해 둔 4개의 행낭을 김정채 서울 중부서경비계장, 로이드사보험관계자, 외환은행측이 입회한 가운데 개봉했다.
역시 그속에도 종이뭉치뿐이었다.
행낭은 가로 50cm·세로15cm·높이 5cm의 비닐에 싼 것을 다시 흰색 마대에 넣어 실로 입구를 묶고 다시 납으로 봉해져 있다.

<수송작전>
양쪽 은행과 KAL측의 현금수송작전은 관례대로 극비에 붙여진 엄숙한 것이었다.
바이노큘러 오퍼례이션(쌍안경작전)이란 암호명이 붙여진 이 수송작전은 관계자들에 암호로 된 전문이 오간 끝에 약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의 안전을 위해 이 돈은 관계자들 사이에 코핀(관)으로 호칭되며 공항에서 통관절차를 밟을 때도 그렇게 통했다는 것이다.

<수사>
치안본부의 사범죄수사대· FBI가 합동으로, 영로이드 보험회사가 독자적으로 벌인 수사는 11일간 진행됐으나 KAL기가 이 행낭을 인수한 이후의 수송과정에서는 범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만이 내려졌다.
수사는 뉴욕쪽으로 쏠리고 있다.
KAL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끝났으며 최·임기장등 승무원 6명과 비번기강으로 페어뱅크스공항에서 이 비행기에 탐승했던 오모씨등은 현재 탑승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수사요원들은 이들의 범행가능성은 물론 비행중이거나 혹은 50분동안 기착했던 페어뱅크스공항에서도 범죄가 발생할 수 없었던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다.
폐어뱅크스에서는 승무원교대 때 조종실을 비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KAL김포공항화물지점장 김광호씨는 이번과 같은 현금수송은 한달에 1∼2회 정도 있으며 뉴욕에서 돈이 출발하기 5∼m분전쯤 KAL뉴욕화물담당직원이나 화물지점장에게 은행에서 출발 사실을 알려온다고 했다.
KAL측은 은행의 연락에 따라 즉시 기장에게 통보하며 비행기가 출발하면 외환은행 외환부장에게 통보하게 되고 외환은행측은KAL 김포화물지점에 현금행낭을 찾을 은행직원의 신상을 알려주며 이때 증빙서류에는 그 직원의 사진까지 붙이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13일 외환은행에 출두, 공개하지 않은 4개의 행낭을 이때 입회했다고 말했다.
KAL은 이 행낭의 무게가 모두 20·8kg으로 kg당7달러45센트씩 모두 3백44달러8센겐트를 받고 운송했다.
공개가 끝난 뒤 미은행 측은 10만달러 다발로 묶은 종이뭉치 1개를 증거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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