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형교통사고의 공통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며칠전 버스와 트럭의 삼중충돌로 11명이 목숨을 잃고 23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교통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부산시내에서 정원을 두배나 초과한 버스가 브레이크와 핸들고장을 일으켜 33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교통사고보도를 접할 때마다 자동차 대당사고율이나 사망율에서 「세계제일」이란 창피한 기록을 언제면 벗어날수 있을것인지 한심한 생각부터 앞선다.
모든 교통사고는 하나씩 떼어놓고보면 몇가지 우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원인을 이룬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고엔 전형적인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된다.
일어날만한 사고가 일어난것이 적지않으며, 이것은 다시말해 앞으로도 같은 사고가 끊이지않고 일어날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있다.
부산·울산간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중앙선을 넘은 과속트럭이 마주오던 버스를 들이받은데서 일어났다. 과속과 중앙선침범이 바로 사고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비해 부산시내사고의 경우는 정비불량으로 인한 브레이크파열과 정원초과에 원인이 있었다고한다. 더우기 사고가난 도로는 노폭이 3·5m밖에 안되고 경사가 가파르며 고개의 굽잇길이 4O여군데나 되었다.
이런 위험한 길을 다니는 노선버스가 정비도 제대로 하지않은채 정원도 두배이상 초과됐으니 그동안 이길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은것이 도리어 기적이라고 해야 옳을것 같다.
두개의 사고를 비교해보면 그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분명한 공통점이있다. 한마디로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비불량, 정원초과, 과속, 중앙선침범등.이 두개의 교통사고에는 사고를 대형화하는 모든 요인들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어느것을 어겨도 사고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못하는 운전자는 없을것이다.그런데도 우리의 운전자들은 사고의 최대원인을 뻔히알면서 예사로이 법규를 어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포장도로에는 노란차선이 그어져있다. 노란차선은 어느쪽에서 오는차건 침범해서는 안되는 선이다. 중앙선을 넘다가 맞은쪽에서 달려오는 차와 부딪치기라도 하면 사고는 대형화하게 마련이다.
중앙선침범을 우리나라 운전자처럼 예사로 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고도 많이나고 사망율도 높을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않고 차체생산의 결함등 행정당국이나 자동거메이커측에서 책임을 져야할 분야도 없지않다. 특히 부산사고의 경우 경사가 40도가까운비탈길에 꼭 대형버스를 운항시켜야했느냐는 교통행정상의 문제점도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운전자들이 법규를 잘 지키는 일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요즘 한창 논의되고 있는「교통사고운전자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은 긍정적인 면도 있고 자동차양산체제가 궤도에 오르는 추세에 비추어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이때문에 인명순중풍토가 퇴색하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의 형사문책을 감면해주는것은 몰라도 난폭운전, 법규위반을 조장하는 역작용이 생겨서는 곤란할것 같다.
처벌을 강화한다고해서 교통사고가 줄어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면허를 따기위한 학과와 운전기능의 정확한 테스트,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재교육에서부터 안전시설및 자동차의 안전구조의 개선 또는 충실화에 이르기까지 교통사고를 줄이기위한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세워지기를 거듭 촉구한다.
『한걸음 양보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한 어느 무사고운전사의 아주 평범한 말을 모든 운전자들은 되새겨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