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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NON NON NON… 반대 여론 절반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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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29일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 릴에서 23일 한 여성이 ‘예’와 ‘아니오’라고 쓰인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릴 AP=연합]

프랑스에서 유럽헌법 국민투표일(현지시간 29일)을 앞두고 실시된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 반대표가 많아져 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 등 헌법 지지 핵심 인사들은 20%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반대가 우세=여론조사기관 이폽(Ifop)의 24일 조사 결과 반대(54%)가 찬성(46%)보다 많았다. 지난 6일에는 반대와 찬성이 같았다. 또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조사에선 반대 53%, 찬성 47%였다. 변수는 제1야당인 사회당 지지층 사이에 많은 부동표다. 23일 르 피가로와 리베라시옹에 보도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당은 지난해 당내 투표에서 유럽헌법 지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그러나 당내 2인자인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가 반기를 들고 반대 진영을 이끌고 있어 부동표가 찬성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 반대파=르몽드는 26일 "반대 진영은 통합으로 인해 프랑스의 주권 행사가 제약을 받고, 기업들이 인건비가 싼 동구권으로 대거 이전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 지지자들과 우파 지지자들이 반대 세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좌파 지지자들은 우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은 헌법을 부결시킨 뒤 재협상을 통해 프랑스에 더 유리하게 헌법안을 고쳐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 치열한 찬반 캠페인=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6일 TV에 출연해 국민에게 찬성을 호소했다. 다른 유럽 정상들도 막판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27일 북부 도시 릴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남부도시 툴루즈를 찾아 헌법 비준을 호소한다. 반면 좌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들은 27일 파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유럽 좌파의 거두인 오스카 라퐁텐 전 독일 사민당 당수와 반세계화 기수로 떠오른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도 참석할 예정이다.

◆ 부결되면=헌법안은 25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모두 비준돼야 발효된다. 원칙적으로 프랑스에서 부결되면 수년간 공을 들인 헌법안은 폐기된다. 그러나 29일 부결된다 해도 프랑스 정부가 재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헌법 비준 절차와 방식은 해당국에서 결정한다. 재투표를 해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과거 다른 EU조약 비준 과정에서도 재투표를 통해 통과시킨 선례가 있다. EU의 정상들은 지난해 대안도 마련해 놓았다. 일부 국가에서 비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유럽이사회(EU 정상회의)가 해결키로 부속 선언 30조에 명시해 놓았다.

◆ 유럽헌법=현재 EU는 지난 50여 년 동안 EU 안에서 체결된 마스트리히트.니스.암스테르담 조약 등 많은 조약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중.동구권 10개국의 가입으로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늘면서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하고 회원국의 권한 배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따라 유럽헌법이 구상됐다. EU 집행부를 연방정부처럼 강화한 것이 최대 특징이다. EU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외무장관직을 신설했다. EU 대통령은 회원국 다수결로 선출돼 2년6개월의 임기를 보장받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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