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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화제] 마산 '노인 과일 도시락 배달'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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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아침의 약속’ 과일도시락 팀이 도시락을 준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이화자·강봉림·최우점·이근도·양월선·송숙자 할머니. 송봉근 기자

"매일 아침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화자(65.마산시 회원구 구암동)씨를 비롯한 7명의 할머니, 전한수(65.마산시 회원구 합성동) 할아버지 등 8명은 지난 3월 중순부터 과일도시락을 만들어 아침마다 관공서에 배달하고 있다. 이들은 마산시 구암동 경남종합사회복지관의 노인인력개발사업단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운영하는 '아침의 약속 과일도시락'팀이다.

두 달 전 동사무소 등의 소개로 과일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이들은 매주 월.화.목.금요일 아침 6시 복지관에 모여 과일도시락을 만들어 5분 거리인 사림동으로 배달을 한다. 사림동은 경남도청, 경남지방경찰청, 경남도교육청 등 관공서 밀집 지역이다. 인근 피부미용실, 약국, 가정집 고객도 있다.

송숙자(64.마산시 석전1동) 할머니가 복지관 소유 12인승 승합차에 일행을 태워 목적지에 도착하면 2인1조로 관공서에 도시락을 전달한다.

과일도시락은 오렌지.키위.방울토마토.귤 등 제철 과일 3종류와 떡이 주메뉴다. 떡은 약밥.백설기.모듬떡.오곡밥 등 요일별로 달라진다.

도시락 값은 회원은 월 16회 배달에 3만5000원이다. 개별 주문 도시락은 개당 3000원을 받는다.

현재 회원은 50여명.

별도로 기업체나 학교 등에서 100여개 안팎의 단체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2000여개를 팔아 4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작은 점포를 마련해 자립하기 위해 재료비를 빼고는 수익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000여만원을 적립한다는 목표다. 보건복지부로부터 1명당 매월 20만원씩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배달 초기에는 많은 고충을 겪었다.이화자 할머니는 "처음엔 관공서에서 잡상인 취급을 받는 것은 예사였고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위생 모자.위생복 차림에 도시락을 소개하는 전단을 들고 며칠간 홍보를 하고 나서야 문전박대를 벗어났다. 요즘은 관공서 직원들도 깍듯이 "반갑습니다"라며 반긴다.

이들은 도시락을 만들면서 무엇보다 위생을 중요시한다.

복지관 복지기획팀 김봉균(30)씨는 "위생 문제와 관련한 고객의 불만이 한 건도 없었다"며 "할머니들이 오랜 살림 경험으로 과일을 자르고 장식하는데 능숙한 솜씨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시락 100개를 만드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배달을 끝낸 뒤에는 1시간 정도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메뉴 개발, 배달 방법, 홍보전략 등이 집중 논의된다. 지난 19일에는 마산시청 앞에서 시민 대상으로 과일도시락 시음회도 열었다. 아침에 직접 과일을 사와 신선하고 메뉴도 매일 바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이들은 "사회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이 기분 좋다"며 "도시락 주문처가 더 늘어나 더 많은 노인들이 과일도시락 배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일도시락 팀에 들어오기 위해 신청한 대기자 만도 40여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부산.거제도 등 3곳의 복지관에서 이들의 도시락 배달을 알아보기 위해 관계자들이 직접 견학을 왔다.

이들은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 다른 사람들이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아침에 일어나 출근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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