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인 남편이 시부모 모신다고|며느리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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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순의 시부모를 장남대신 2남이 모신다고 부부싸움을 하던 30대부인이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 고향이 시골인 이부인은 『장남만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고집하며 펑소에도 부부싸움이 잦다가 『시부모에게 방을 얻어 따로 살게하자』는 마지막 하소연마저 남편이 거절하자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 각계에서는 핵가족화해가는 사회에서 고부간의 갈등관계를 지혜롭게 해소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사건이라며 부모는 반드시 장남이 모셔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형편에따라 형제중의 어느 누구가 모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상오9시30분쯤 서울수색동205의776 손계성씨(36·운전사) 집 안방에서 손씨의 부인 김영자씨(32)가 극약을 먹고 신음중인것을 남편 손씨가 발견, 병원으로 옮기던중 숨겼다.
남편 손씨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2남이 왜 시부모를 모시느냐』며 불평, 평소 부부싸움이 잦았는데 15일 저녁에도 부인 김씨가 『시부모를 못모시겠다. 방을얻어 따로 살게하자』고 우겨 부부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때 아들부부의 싸움을 보다못한 시어머니 박차녀씨(61)가 『방을 얻어주면 따로나가 살겠다』고 싸움을 말렸는데 남편 손씨가 외로운 노인들을 따로 나가살게할수없다고고집했다.
부인 김씨는 16일 아침에도 남편손씨에게 재차 시부모를 따로 살게하자고 졸랐으나 거절당하자 『내가 죽어도 좋으냐』며 집밖으로 나갔다 20분후 돌아와 방안에 누워있어 남편 손씨는 겁을 주기위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숨진 김씨는 15년전 고향인 경북의성에서 손씨와 중매결혼, 남매를 두었는데 지난4월 경기도고양군신도읍에 있는 장남(43) 집에 살던 시부모가 손씨집으로 옮겨오자 부부싸움이 잦았다.
부인 김씨는 결혼전 혼처가 많았으나 손씨가 장남이 아니어서 선뜻 결혼했으며 결혼후 고부간의 사이가 원만치못해 시부모와의 발걸음이 뜸했다는것.
남편 손씨는 4남1녀중 2남으로 택시운전을 해 한달 30여만원의 수입으로 형제들중 경제사정이 가장 나은편이어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막내동생(19)과 부모를 집에서 모셔왔다.
손씨의 형은 철도청직원으로, 동생은 공장 직공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어 부모와 함께 살 형편이되지 못했다.
손씨는 수색동 변두리에 대지 20여평의 방3개짜리 집을 마련, 어렵게 살고있으나 형제중 가장 넉넉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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