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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미지근하면 한국 선택 강요당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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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중 관계를 다룬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미국·중국 참석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각자 이해에 따라 미·중 관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3국의 시선을 보여주는 듯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최근 중·미 관계에 대한 비관론들이 제기되고 있고 표면적으론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과 미국 사이가 이만큼 좋았던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 군사·경제 분야에서의 관계는 분명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오는 것은 양국의 공세적 현실주의자들이 아직 냉전주의적 사고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제인 펄레즈 뉴욕타임스 베이징 수석 외교특파원은 다른 견해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상호 존중하자며 제의한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이런 걸 우리가 왜 해야 하나’거나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non-starter)’고 보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미국이 그동안 누리던 1대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잊고 G2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학자들은 미·중의 경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은 “미·중 관계는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의 관계와는 다르다. 협력의 영역과 여지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선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최근 역내에서 미·중 간 기 싸움이 잦은데, 미·중 사이가 냉전도 열전도 아닌 미지근한 상황이 지속되며 중국이 지역 내 국가들에 ‘넌 우리 편이냐, 아니냐’고 묻는 시소게임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역내 국가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도 “미·중 관계는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금융위기 이후 개도국에서 강대국으로 정체성 전환을 했고, 내부적으로는 시 주석이 기득권을 상대로 부패 척결을 벌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대외정책을 통해 국내적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훨씬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미·중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하는 도전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에 있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도의 큰 압력을 양쪽으로부터 받고 있다” 고 제언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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