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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의 우회침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혼란을 조성, 대남무력 적화라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가 6일 발표한 홍선길 등「우회침투간첩사건」은 북괴의 이와 같은 기본적 전략·전술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거듭 입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내사정에 어두운 재외교민들을 포섭, 대남우회침투시킴으로써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려했다는 점일 것이다.
북괴의 대남공작전술이 우리의 정세추이에 따라 수시로 변화되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21사태, 울진-삼척사건 등 60년대 후반의 무장공비에 의한 폭력전술이 70년대 들어서 우회침투로 바꾸었던 북괴는 10·26사태후의 혼란기를 틈타 직접침투를 꾀하다 그것이 우리의 안정으로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우회침투방법으로 전환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책이 해외여행을 자유화시키는 방향으로 바뀜에 따라 국내출입여건이 호전되면서 북괴는 해외교포 및 해외진출 국민들을 꾀어 국내에 합법적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홍선길·진리칙·김장길 등 이번에 적발된 간첩사건은 북괴가 해외교포들에 대한 공작을 강화하고 있는 뚜렷한 징후로 볼 수 있다.
북괴가 우리 사회의 개방적 특성과 평화통일정책을 교묘히 악용해서 간첩들을 침투시켜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일민단으로 위장 전향한 후 국내를 무상출입하면서 간첩활동을 해온 손유형사건이나, 얼마전에 적발된 학원침투간첩단사건 등이 우리의 개방정책을 악용한 단적인 예증들이다.
단 몇주일 동안 해외여행을 해도 의식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는데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던 교포들이 국내사정에 어두운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북괴가 노리는 점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더우기 가증스러운 것은 해외교포들의 입북사실을 감추기 위해 여권을 임시 보관시킨 다음 가명으로 된 소위북괴의 공무여권을 교부하는 방법까지 썼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괴간첩단의 우회침투의 무대는 주로 일본이었다. 그러나 미주지역의 교포가 60만이 넘고 북괴측 주유엔대표부가 설치되면서 미국이 그들의 중요한 공작기반이 되고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북괴는 79년 이후 미국안 반한교포들에 대한 방북초청사업을 강화, 이들로 하여금 교포사회내의 반한세력 확장을 꾀하고 공작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덕신을 끌어들여 김일성부자의 세장체제와 이른바 고려연방안 등을 극구찬양토록 하는 웃지 못할 해프팅까지 벌이게한 그들이다.
재일교포 가운데 이북을 다녀온 사람은 79년 8월 이후 금년 9월 현재 4천2백명에 이르고 있거니와 미주교포만해도 78년까지는 선별해서 해마다 3명 정도를 입북시키더니 79년의 탁구대회를 계기로 점차 단체화하는 추세에 있음을 각별히 주목해야겠다.
개방사회에는 언제나 부분적인 의견의 차이나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북괴의 야망을 분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날로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북괴의 침투수법에 대처하는 길이 무엇이라는 것은 새삼 지적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대공경각심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가 누구건 자신의 주변에 적의오열이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음을 유념해야할 것이며 혈연이나 인정, 모는 일시적 이득에 현혹되어 본의 아닌 국가적 대과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당국도 해외에 사는 교포들이 조국에 대한 긍지를 가짐으로써 북괴의 엉뚱한 꾐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깊이 헤아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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