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스티로폼.철망도 좋은 꽃장식 재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 마코(오른쪽)가 자신이 만든 꽃장식을 앞에 두고 남편과 함께 웃고 있다. 최승식 기자

"도대체 여자들이 하는 꽃꽂이는 맘에 안 들어. 장식이 지나치게 많단 말이야."

종종 손님을 초대해 다도(茶道)를 즐기던 그의 아버지는 다실(茶室)의 꽃장식까지 도맡아 했다. 최소한의 꽃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의 꽃꽂이를 보며 어린 딸은 입을 삐쭉대며 말하곤 했다. "여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요."

일본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플로리스트 마코(41.본명 마사코 오타키). 로스앤젤레스의 현대미술관(MOCA), W호텔, 할리우드의 여러 영화와 시상식 등에서 선보인 그의 꽃장식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으로 각광받아왔다. 서구인들의 눈엔 '동양적 아름다움'으로 비친 이 독특한 스타일에 대해 그는 "상당 부분 아버지에게 빚진 셈"이라며 웃었다.

까사리빙아트스쿨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마코는 25일 서울 프리마호텔의 야외 정원에서 시연회와 강연, 파티를 열어 자신의 꽃장식 세계를 맘껏 펼쳐보인다.

24일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쁜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정원 곳곳엔 거대한 스티로폼 기둥, 철망, 유리 등이 곳곳에 쌓여 흡사 공사 현장 같은 인상을 풍겼다. 마코는"청계천에 가서 산 것들"이라며 "그곳엔 플로리스트에게 필요한 모든 게 있더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꽃꽂이라고 하면 꽃을 병이나 바구니에 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해요. 꽃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좋은 소재일 뿐이죠."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서던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SCI)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어머니의 병 구완을 하며 우연히 꽃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장기간 입원해있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꽃장식을 바꿔보다 자신의 소질을 깨달은 것이다. "건물은 지으려면 몇 년씩 걸리잖아요. 맘에 안 든다고 허물어버릴 수도 없고…. 꽃으론 싼값에 쉽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1997년 지금은 남편이 된 동업자 세러핀 보이틀(40)과 함께 '마코 더 플라워 걸'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예술적인 감수성, 색채와 공간에 대한 감각을 갖춰야 좋은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