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총리, 고이즈미와 회담 취소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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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吳儀)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따른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양국은 책임을 놓고 서로 비난하고 있는 데다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중.일 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 쿵취안(孔泉)대변인은 24일 "일본 지도자들은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는 과거의 약속을 저버리고, 중국 인민과 아시아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고위급 회담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일본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사과 한 마디 없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23일 "최소한의 국제 매너를 지키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총무상은 "중국이 일본인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며 올해에도 적절한 시기를 골라 참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도(共同)통신은 24일 "우 부총리의 돌연 귀국은 하루 전날 중국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내정 간섭' 발언이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16일 중의원에서 "전몰자 추도를 어떻게 할지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우 부총리가 일본에 도착한 17일 일본 언론들에 보도됐다. 이 보도를 접한 우 부총리는 "23일로 예정된 회담에서 똑같은 말을 듣게 되는 건 참을 수 없다"며 중국 정부에 회담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22일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베이징=예영준.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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