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의외의 삭감수 24 … 이적의 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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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강 본선 C조 3라운드> ○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제2보(17~24)=1846년 8월 4~5일 걸물(傑物) 겐난 인세끼(幻庵因碩·1798~1859)는 여행 중 본인방 가문의 후계자 슈사쿠(秀策·1829~62)와 바둑을 두었다. 모두들 인세끼의 우세를 의심치 않았다.

 대국장에 의사가 있었다. 그는 바둑을 몰랐지만 방을 빠져나와선 말했다. “인세끼 선생이 질 거 같다.” 까닭은 이랬다. “귀가 빨개지는 것은 당황했을 때다. 흑127이 놓인 순간 선생의 귀가 빨개졌다.” 그랬다. 국면이 변해 슈사쿠가 역전승 했다.

이적(耳赤)의 수(手)는 중앙의 모호한 자리에 놓인 수였다. 예를 들어 오늘 반상에 놓인 24와 비슷했다.

 24가 의외. 보통은 A가 삭감의 급소다. 프로들도 그리 둔다. 국후 24가 어떤 수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그냥 두고 싶었다.” 하긴 초반엔 답이 딱히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삭감 문제는 특히 그렇다.

24와 같은 수는 대개 이기면 좋은 수요, 지면 나쁜 수가 되는 것. 바둑은 논리만의 세계가 아니니 저처럼 답 없는 수도 있을 법하다.

한편 많은 기사들이 자문자답하듯 말했다. “실전 23으로는 ‘참고도’ 1을 두어야 했을까.”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게 반상에서 통용되는 이치. 보통은 1 대신 a나 b를 지키는 자리로 본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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