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인상의 득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수출신용상내도액이 감소하는 등 수출부진이 우려되자 정부는 환율을 상향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이 어려워지면 가장 손쉽게 궁리해낼 수 있는 것이 환율인상이다. 이번에도 이를 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환율재정은 작년2윌이후 SDR(IMF특별인출권)와 달러화등4∼5개 통화에 연결시키는 통화바스킷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통화중에서도 가중치가 가장 높은 달러화가 강세에 있을 경우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올 들어 환율이 4·1%가 오른 것은 미국의 고금리로 인한 달러초강세를 반영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프라임 레이트가 18%에서 17·5%로 떨어지는 등 고금리가 약간 고개를 숙이고있고 그에 따라 달러화강세도 수그러들고 있는 터에 정책적으로 환율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통화바스킷방식을 정상적으로 운용하여 원화의 실세를 반영하는 것이 본연의 환율정책이기 때문이다.
신용상내도감소가 세계경기의 완만한 회복속도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수출채산생의 악화에 원인이 있는 것인지 정확한 판단을 먼저 해야하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않고 수출부진전망을 환율인상만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자극제로서 유효할지는 몰라도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위한 근본책으로는 적당치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특히 앞으로 유가인상등 물가불안요인이 있는 중에, 극력 회피해야할 인플레이션진행기의 환율인상을 강행한다는 것은 물가상승을 가속화할 부작용이 오히려 염려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격화하면 단기적인 환율인상의 효과도 곧 소멸하고 남는 것은 물가문제밖에 없게된다. 그리고 물가상승의 가속은 결국 우리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저하로 연결된다.
그때에 가서 다시 환율인상등의 응급책을 쓴다면 똑같은 과정이 반복될 뿐이 아니겠는가.
작년 1년간의 환율상승률을 보면 우리는 36·6%가 오른데 비해 자유중국은 전혀 변동이 없었다.
주요경쟁국인 자유중국은 환율변동없이, 다시 말해서 국내물가안정을 배경으로 하여 수출증가를 도모한 반면 우리는 환율인상이라는 긴급처방으로 수출을, 늘려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래서 금년 들어서는 우리의 수출이 자유중국을 앞질러왔으나 인플레이션이라는 측면에서는 자유중국보다 불리한 여건올 조성해온 것이다.
신용상내도액의 감소가 가격경쟁력의 하락에 주로 기인한다면 환율인상이 수출촉진을 기하는데 기여하겠지만, 해외시장의 구매력감퇴가 주인이라면 환율인상은 좀더 신중히 검토해야한다.
그리고 통화바스킷의 기능을 정상으로 발휘하도록 하여 환율을 정확하게 유동화시키는 환율정책선택에 더 비중을 두라는 것이다.
그밖에 대내적으로는 금리를 인하하여 연간 5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이자부담을 경감시키는 등 금융비용을 축소하는 방안이 실행되어야 한다.
수출증가세의 둔화원인을 근본적으로 분석하여 대응책을 찾지않고 다급하다고 하여 환율에 손을 대는 것은 자칫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위험이 있다.
한편 기업도 불황기일수록 경영합리화와 원가절감에 노력을 해야한다. 시설개체가 그것이다.
지속적인 수출증가는 인플레이션의 억제와 품질관리·상품고급화·기술혁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