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보증 서고 정통부 채권 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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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해 온 충남 당진의 행담도 개발 사업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우선 도로공사가 왜 싱가포르 투자회사를 위해 1000억원 상당의 사실상의 보증행위를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 주식 선매수계약, 왜 했나=개발 사업에 참여한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ECON사의 자회사인 EKI사로부터 투자금 보증을 요청받은 도로공사는 지난해 1월 '2009년 1월 이후 EKI사가 요청할 경우 행담도개발㈜의 주식 1억500만 달러어치를 매입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행담도개발㈜에 대한 지분이 10%에 불과하고 주로 땅 매립만 담당한 도로공사가 자본유치에 뛰어들고 사업이 실패할 경우 돈을 물어줘야 하는 불리한 보증까지 서준 이유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개발 사업의 자본조달은 행담도개발㈜의 지분을 90% 보유한 EKI가 맡기로 되어 있다.

도로공사 측은 "최악의 경우 돈을 물어주더라도 그때까지 건설된 시설과 땅 등은 도로공사 소유로 넘어오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볼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석연찮은 채권 매매 과정=EKI는 지난 2월 미국계 증권사를 주간사로 해서 행담도 개발을 위한 채권 8300만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발행조건은 만기가 2009년 1월이고 금리는 연 5.78%였다. 그런데 이 채권은 전량 정보통신부(6000만 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 달러)가 사들였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조건이 좋은 이 채권을 하필 공공기관이 전량 매입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통부와 공제회 측은 "금리도 높고 도공이 사실상 보증을 서고 있어 투자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고위층 자제 근무 논란=행담도개발㈜에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아들이 현재 근무 중이고 오점록 전 도공사장의 아들이 재직했던 적이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회사 측은 "두 사람이 실력이 탁월해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EKI의 대표이자 행담도개발㈜의 대표인 김재복 사장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은 당초 ECON사에서 행담도 개발 과정의 감사를 위해 파견한 인물이었고, 추후 자신이 JJK라는 회사를 설립해 EKI의 주식 58%를 사들여 실질적인 사업 주체역할을 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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