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차붐 신화' 이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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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키커지 인터넷판은 차두리가 쾰러를 얼싸안고 환호하는 사진과 함께 그에 관한 기사를 메인 기사로 올렸다. 차두리는 다음 시즌부터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뛰게된다.

"1980년 5월 21일. 차범근의 프랑크푸르트는 보르시아MG를 1-0으로 누르고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우승했다. 프랑크푸르트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이었다. 그리고 25년이 지났다. 그날의 주역 차범근이 52회 생일을 맞는 22일, 아들 두리는 아버지가 수놓았던 세계(분데스리가)를 향해 달린다. 결전의 날, 멀리 떨어진 차씨 가족의 마음은 하나가 될 것이다."

독일 프로축구 2부 리그의 프랑크푸르트가 SVW 부르크하우젠과의 2004~2005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둔 21일(한국시간) 일간지 '라인-마인 차이퉁'의 랄프 바이트브레흐트 기자가 쓴 기사다. 프랑크푸르트가 영광의 승전보를 울린 25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차두리가 '2부 리그 잔류냐 분데스리가 승격이냐'를 결정할 최후의 일전에서 맹활약할 것을 기대한 것이다.

차두리는 2005~2006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뛴다. 프랑크푸르트는 22일 부르크하우젠을 3-0으로 누르고 19승4무11패(승점 61)로 2부 리그 3위를 확정했다. 2부 리그 1~3위 팀은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 최하위 세 팀과 자리를 바꾼다. 차두리로서는 아르미니아 빌레펠트 소속이던 2002~2003시즌 이후 3시즌 만의 분데스리가 복귀다.

전반 17분 벤야민 쾰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차두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며 기뻐했다. 25일 선전 젠리바오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수원 삼성을 이끌고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차범근 감독은 "매우 자랑스럽다. 두리가 아빠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축구전문지 '키커'는 23일 인터넷 홈페이지(www.kicker.de)에서 쾰러를 끌어안고 환호하는 차두리의 사진을 실었다. 지난 시즌 눈부시게 활약한 차두리는 키커의 단골 손님이다. 키커는 지난달 25일 차두리를 주간 MVP로 뽑았고, 9일자는 차두리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특집은 "아버지는 영웅이지만 나는 작은 불빛"이라는 차두리의 말로 끝난다. 그러나 작은 불빛은 이제 횃불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차두리는 24일 귀국해 파주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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