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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런 '단통법'으로 통신비 거품 뺄 수 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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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통신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해 소위 ‘호갱님’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호갱은 어리숙한 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다. 지금까지 단말기 보조금은 심야·반짝 지급 등 젊은 층에만 혜택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40~50대 이상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는 구조였다. 2년 전 일부 대리점과 통신사가 출고가 100만원짜리 제품을 17만원에 반짝 판매하면서 ‘호갱’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오늘부터는 이런 식으로 보조금을 차별해 지급하면 거액의 과태료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과태료가 항목별로 최고 1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대기업이나 통신사엔 별것이 아닐 수 있지만, 일선 대리점주에겐 큰 부담이다. 몇 가지 항목 위반만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보조금 차별이 대부분 일선 판매점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정책 실효성이 기대된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준비해가면 통신비를 12% 깎아주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늘린 점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과 우려가 남는다. 우선 ‘공짜폰’ ‘버스폰’ 등이 사라지게 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말기 값이 오를 수 있다. 보조금 평준화로 대부분 소비자가 다소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게 될 수도 있다. 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들이 보조금 총액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온 국민의 호갱화’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소비자 편익 후퇴는 단말기 유통시장의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와 산업계가 동시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래서야 ‘통신비 인하’라는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단통법의 안착을 위해 정부는 물론 통신·제조사의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정부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통신요금 합리화를 계속 주문하고 압박해야 한다. 통신·제조사도 단말기와 통신료 거품을 빼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 지출의 7%를 차지해 세계적으로도 높은 통신비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