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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사회복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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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진로 찾아가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직업 현장을 찾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길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알려드립니다. 16회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 상담하는 사회복지사.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앓고 있는 질환이나 정신적 문제까지 파악해 도움을 줄 만한 단체와 연계해준다.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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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하며 말벗 해주고, 악취 풍기는 노숙인에게 다가가 쉴 곳 찾아주는 일.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따뜻한 마음 하나로 세상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헌신하고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그런 낭만적인 생각만으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며 “냉철한 이성과 객관적인 데이터로 무장해야 하는 전문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공감은 기본, 문제 해결이 주 업무

사회복지사 업무는 크게 현장 업무와 정책·행정 업무로 나뉜다. 현장 업무란 시·군·구, 읍·면·동 단위 복지관이나 각종 지원센터에서 수혜 대상자인 주민을 직접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말한다. 복지 서비스 대상자가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고 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이를 ‘사례 관리’라고 하는데, 그 첫 단계가 상담이다. 복지관 등에서 만나 대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심층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정 방문이 필수다. 대상자가 사는 곳을 직접 찾아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면밀히 파악한다.

 정산호 성남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일은 모두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자 문제를 파악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으로 문제를 진단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정 복지사는 “교사·의사·법률가·심리상담가·언어치료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자원 개발과 연계다. 자원(resource)이란 복지관이 있는 해당 지역 사회 안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만한 전문 기관이나 후원 단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예컨데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을 돕기 위해 음악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지면, 지역 사회에서 음대 교수나 음악 학원을 찾아 후원을 부탁하는 일이 자원 개발과 연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상자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치료에 응하지 않거나 의미있는 변화가 없다면 다른 자원을 발굴해 다시 연계해주기도 한다.

 이런 모든 업무를 다 하려면 대상자 개개인에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정반대다.

아동 심리 파악을 위해 상담 중인 사회복지사.

 서울·경기 지역 복지관을 기준으로 복지관 한 곳당 사회복지사는 보통 3~4명이 근무하는데 등록된 대상자는 400명 가량 된다. 정 복지사는 “물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집중 사례 대상자는 100명 정도”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복지사 한 명이 30~40사례를 집중 관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상길 신길종합사회복지관장은 “자원을 찾고 연결하는 것도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전부 공문을 보내는 서류 작업인 데다, 대상자 변화 상황에 대한 보고서도 수시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복지관 운영비는 주로 국가 보조금이나 후원금이라 회계 보고도 철저하다. 이런 예산 사용 내역을 철저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도 사회복지사 업무다. 사회복지사들이 근무 시간 내내 상담과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며 각종 서류 작업과 회의, 프로그램 기획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혜 대상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정책·행정 업무를 주로 하는 사회복지사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복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린다. 강주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법인사업팀장은 “사회 곳곳에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이 많는데 자원은 한정돼 있다 보니 이들 가운데 누구를 먼저,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할지 등 복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모든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칫 잘못 판단하면 정말 지원이 필요한 곳에 가야할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 예산은 국민 세금과 국민 성금으로 마련한 재원이기 때문에 집행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예산배분과 지윤진 대리는 “복지관이나 지원센터 등 여러 현장에서 자신의 단체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 기획안이나 제안서 등을 제출하면 위원회 승인을 거친 곳에 한해 예산을 주고, 예산 집행 과정과 성과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기록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자세 필요

지역복지관에서 글을 가르치는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들이 받는 흔한 오해가 “착한 일 하는 봉사자”라는 인식이다. 공 신길종합사회복지관장은 “사회복지사는 이 분야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고 강조했다. “한 개인이 당한 불행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걸 알 수 있다”며 “사회복지사 일은 대상자 불행에 같이 울어주고 공감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불행의 고리를 끊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데 저소득 가정 자녀가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 탓에 통신비를 연체하고 이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면, 봉사자가 줄 수 있는 도움은 한계가 있다. 아마 스마트폰 중독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자제하라고 조언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저소득층 아동 대상 방과후 수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가 개입하면 다른 해결책이 나온다. 먼저 아이 부모가 처한 상황부터 파악한다. 저소득층이면 하루 종일 몸을 혹사하는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오랜 시간 부재한 채 혼자 방치된 아이에게 흔한 증세가 ADHD(주의력결핍행동과잉장애)다. 피곤에 지친 부모가 산만한 아이를 세심하게 돌보는 대신 스마트폰을 쥐어줬을 거란 분석이 가능하다.

공 관장은 “사회복지사는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며 중독 치료도 해주는 놀이치료센터에 연계해주고, 부모에게는 아이 돌볼 시간을 낼 수 있는 새 일자리를 알선해준 뒤, 여행사 후원을 받아 ‘가족 여행 프로그램’으로 가족 마음을 달래주는 해결책을 도출해낸다”고 설명했다.

월드비전이 구호 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공감과 위로에서 그치는 봉사자와 달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냉철함이 필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 팀장은 “상대방에 공감하는 것과 휩쓸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상자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되,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차분히 대처해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냉철함은 NGO(비정부단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도 필요하다. 월드비전 국내사업팀 고유희 차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만나다보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자주 생긴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 학생이 학교에선 끔찍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 같은 경우다. 고 차장은 “대체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알 수 없고, 한 사람에 대해 연민과 배신감·분노가 뒤섞이다보면 쉽게 번아웃(에너지 소진)돼 이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며 “감정은 빨리 접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디부터 손봐야 하는지 이성적으로 고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망은 밝은 편

재난지역으로 해외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육체적으로만 힘든 게 아니다.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 팀장은 “사회복지사 초년 시절 노숙자 지원센터에서 일했다”며 “대낮에 술에 취해 기물을 파손하거나 지원금을 사회복지사가 떼먹었다며 있지도 않은 문제를 삼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또 열정을 쏟았던 대상자가 지원금만 받고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거짓 사연으로 여러 기관에 지원금을 요청해 중복 수혜를 받는 이들을 볼 때면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쉽지 않은 직업이지만 사회복지사만 느낄 수 있는 보람도 크다. 정 복지사는 “참 많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며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순간순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김경미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이나 탈북자 등 사회구성원이 다양해지고, IT(정보기술) 발달로 스마트폰 등 인터넷 기기가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사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지금보다 현저히 좋아질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국민 세금과 성금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고임금을 준다는 게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급여나 대우가 전보다 많이 개선됐다”며 “대기업 수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견 기업 임금 수준에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강 팀장은 “대기업에서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팀을 꾸리는 추세”라며 “이런 곳으로 진출하면 대기업 사원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학과-숭실대 사회복지학과
1급 자격증 맞춘 커리큘럼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자격증은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교육기관에서 관련과목 14개를 이수한 사람만 취득할 수 있다. 4년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 졸업과 동시에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고, 1급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전문대 졸업자는 현장에서 1년 더 근무하며 경력을 쌓으면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과거엔 2급 자격증과 1급 자격증 소지자의 업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이나 학교, 병원 등 복지관·지원센터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분야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해라도 더 빨리 1급 자격증을 따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분위기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과 과정은 1급 자격증 취득에 맞춰져 있다. 사회복지학과 김경미 학과장은 “1급 자격증 시험에 출제되는 14개 과목에 대한 입문-심화 과정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해, 학과 수업만 충실히 들어도 졸업과 동시에 1급 자격증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사회복지 전공은 주로 대학원 중심이지만 이 학교는 학부 교육 중심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현직 사회복지사 가운데 숭실대와 강남대 출신이 가장 많다.

 사회복지학 안에도 다양한 전문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2명은 전공이 겹치지 않아 거의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또 현장 실무에도 몸담고 있어 사회복지와 관련한 최신 이슈를 발빠르게 전해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교수는 “최근 다문화 가정에서 장애 아동이 늘고 있는 게 이슈”라며 “학부생과 이 주제에 대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는 수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졸업생인 성남복지관 정산호 사회복지사는 “수업 시간에 다뤘던 사례를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에게 다양한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2학기 동안 학생이 원하면 3번까지 현장 실습이 가능하다. 4학년 최한솔씨는 “사회복지사 진출 영역이 다양하다”며 “내게 맞는 분야를 실습을 통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현장실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봉사 기회도 있다. 한 학기 동안 해외에서 체류하며 자원봉사를 하면 수업을 대체하는 숭실대 특화 프로그램 덕분이다. 인도·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등 열악한 나라로 봉사를 가면 학교가 항공료와 체제비 일체를 지원한다. 한 학년 정원 50명 중 10명 내외로 다녀온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학사가 다른 이를 돌봐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남학생은 선호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보면 적극적인 리더십과 전략적이고 이성적 사고가 많이 필요해 남학생에게도 적합한 직업”이라고 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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